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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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네가 나를 어떻게 아냐?"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정말 나조차도 나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라는 착각'이라는 제목에 흥미가 갔다. 머리말의 첫 질문에서 벌써 막혀 버린다. 흔한 자기소개가 나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우리 안에 3명의 내가 산다는 말에도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동조를 하게 되는데 과거의 내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은 '편집된 자아', '만들어진 자아', '꿈꾸는 자아'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를 읽으며 나의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가게 되는지를 배우게 된다. 나의 가장 유년 시절의 기억이 무엇이었는지도 떠올려 보게 되는데 몇몇 부분적인 기억만 남아 있었다. 분명 현재의 나는 과거의 무수한 기억의 조각들로 지금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 기억들조차도 어쩌면 재구성이 되어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동안 기억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조금씩은 편집된 기억들이 나오는 것도 1부를 읽으며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 유명했던 논쟁을 떠올리게 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내 지인들과 다닐 때 그들과 나의 시선의 차이를 떠올린다. 6장 제목을 보며 글의 처음 내가 말했던 게 생각난다. 이 장에서 만나게 되는 일화들은 소설이나 뮤지컬, 드라마에서 본 내용들이나 현실에도 있었음을 확인한다. 7장 미신에 관한 부분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은 나도 어느 정도 나만의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8장에서 최초의 이야기에 대해 접하는데 그곳에서 서사의 여섯 가지 구조도 만나게 된다. 1부를 읽으며 내 정체성이 왜 편집된 것인지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다.

  2부를 보며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개인주의 성향으로 변해가는 것은 그렇다면 진화에 역행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개인적인 성향은 피력하려 하지만 결국 다수의 자리에서 자신만 다른 것도 드러내지 못하는 게 사람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정치적인 의견의 차가 다른 곳에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는데 '나의 선택이라는 착각'에서 그런 내 행동도 반대편에 선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굴복이라 볼 수도 있겠다. 뒤로 갈수록 특별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의 자아가 어떠한 영향을 받아 변형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 역시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이 부분에 더 신경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3부의 첫 글을 읽으며 그러고 보니 인생에 영향을 주는 책들을 돌아보니 소설들이 많았음을 떠올린다. 소설을 그리 자주 읽지는 않았으나 그만큼 기억에 남는 전환기의 책들은 내게도 소설이었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 역시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어지는 글에서 나쁜 이야기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만나게 된다. 요즘 가짜 뉴스들도 이런 쓰레기라 볼 수 있겠다. "후회 없는 삶"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가상의 후회를 사용해 현재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에 흥미로웠다. 지금도 진짜 원하는 나가 어떤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후회하지 않는 내'가 될 것 같은데 지금도 후회의 기로에 있기에 그건 어려울 듯하다.


당신이 말하는 서사가 곧 당신이다.(p.333)


  위의 결론을 보기 위해 책을 읽어왔던 것 같다. 이미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부족하고 못마땅하더라도... 그 이야기는 과거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재로 이어졌고, 다시 미래로 나아가는 중이라는 것도 확인한다. 분명 여전히 과거가 나를 붙잡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음도 생각한다. 살아오면 최근 10년간 다양한 직종을 살아온 것도 내가 원하는 것과 더 밀접하게 일치하는 다른 서사를 소비하기 위함이었는지 모른다. 책을 읽으며 한동에 크게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잠시 쉬어가는 시기. 자신을 돌아보려는 이들이 접하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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