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지음, 페르낭 레제 그림, 신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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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 <No.3>에서 랭보를 패러디한 시인 역할의 배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시에 관심이 없었기에 랭보가 누군지도 몰랐고, 여전히 랭보의 대표작 시구를 아는 게 없다. 그나마 그의 시집 제목 『지옥에서 보낸 한 철』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와 폴 베를렌의 사이는 다른 책에서 읽었기에 알고 있으니 참 나도 이상한 사람이다. 이 시집은 내가 알고 있는 랭보의 대표 시집 외에 처음으로 접하는 제목의 시집이자 그의 마지막 시집이라 관심이 갔다. 천재 시인이라 불리는 랭보의 시를 이제라도 접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읽게 됐다.


  초판 서문부터 랭보 하면 함께하게 되는 폴 베를렌이 쓴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랭보가 이미 열여섯 살에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썼다는데 천재들은 자신의 능력을 젊은 나이에 다 쏟아내서 단명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를 읽으며 최근 읽었던 노벨상 수상 시인의 외국 시집의 내용에 비해서도 뒤처지지 않을 세련됨은 뭘까? 랭보를 괜히 천재 시인이라 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시가 지금 읽히기에도 오랜 시간 전에 쓰인 시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문시의 운율이 톡톡 튀는 느낌은 시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인 랭보가 지금 내게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산문시 쓰기는 어려워하는 내게 다시 다가갈 여지를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집 중간중간 보이는 삽화는 시의 이미지의 시각화를 돕는다. 얼마 전 계획을 재설정 하니 새로운 시작이 보이는 내게 「출발」이라는 시가 다가왔기에 전문을 인용한다.


출발


충분히 보았다. 비전은 어느 하늘에나 존재했다.

충분히 가졌다. 여러 도시의 소문은 저녁에도, 햇살에도 그리고 언제나.

충분히 알았다. 삶이 멈춘 순간들. ―오 소문과 비전이여!

새로운 애정과 새로운 소리에 휩싸여 출발!

p.34


  130년도 더 전에 쓰인 시가 현재 내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체감하게 하는 듯하다. 여러 논란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시집이 랭보의 마지막 시집이든 아니든 그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겐 그의 시를 왜 읽어야 했고 지금 이 시집이 내게 와 읽히는지가 중요할 뿐이었다.


  랭보의 시를 분명 언젠가 읽었을 것이다. 그와 폴 베를렌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것이 그 기억의 일부다. 다만, 특별히 시를 잘 외우지 않기에 당시에는 내게 보다 난해하게 다가왔을 그의 시가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 역시 읽히는 때가 있는 듯하다. 랭보의 시는 지금 내게 읽힐 때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저주받은 천재 시인 랭보를 추앙하거나 그의 시를 접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읽어봐야 할 시집이라 전하며 글을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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