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풀꽃 향기 -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
나태주.나민애 지음 / &(앤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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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집에 있고, 나민애 교수의 글쓰기 책도 전자책으로 있다. 그 두 사람이 부녀지간이라는 것은 우연히 알게 됐다. 학창 시절에는 어떤 시인이 어떤 작가의 아들이고 등등을 꿰고 있었는데... 졸업하며 그런 관심은 많이 사라진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문창과의 잡다함은 남아 있기에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녀가 함께 쓴 책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고, 지금은 병원에 누워계신 우리 아버지와 나 정도의 나이차가 나는 두 저자는 어떤 글을 주고받았을지 궁금했다. '프롤로그'에서 나태주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미리, 많이 아팠던 사람'이라는데 나도 그래서 시를 쓰게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두 사람의 글을 읽기 전의 뭔가 괜히 나 자신을 돌아보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은 '못난이 인형', '언제나 사랑은 서툴다', '인생을 묻는 젊은 벗에게' 총 3장으로 되어 있고, 딸인 나민애 교수의 글보다는 아버지인 나태주 시인의 글이 주가 된다. 가끔은 잊을 만할 때 나민애 교수의 글을 만나게 되는 느낌이랄까?

글을 읽으며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나태주 시인은 딸이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기억하는 첫 글을 보며 아버지 간병을 처음 시작할 때 내 마음과 기억력이 떠오른다. 내가 중학생 시절 다쳤을 때 아버지께서 나를 엎고 한의원에 데리고 다니셨던 것을 기억하지만 아버지의 기억에는 이미 잊힌 시간... 성인이 되기 전에는 아버지와 친근했었는데 어느 순간 멀어진 사이 다시 긴밀해졌던 시간을 떠올린다.

나민애 교수의 첫 글은 참 내 어린 시절의 기억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지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변소가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그 동네에서 살고 있기에 변화의 모습을 다 지켜봤기에 애증이 남는 곳이다. 내 아버지는 등이 넓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간병을 하며 봤을 때 참 작아지셨지만... 어린 시절 아쉬움도 있었으나 그래도 막내인 나를 위해 더 신경을 쓰시던 부모님의 기억이 있고, 지금도 함께 살고 있기에 그 감정이 다른지도 모른다. 미혼이기에 자식을 키워보진 못했으나 어느새 나는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 있었다.

두 저자의 아내이자 어머니는 젊은 시절 많이 병을 달고 사신 것 같다. 우리 어머니보다도 조금은 젊으신 분이신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머니께서 나를 낳기 전까지는 항상 아프셨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 어머니의 아픈 기억이 없는 것은 그걸 반증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해왔기에 병원이 낯설지 않으나 어느 순간부터 고통은 무뎌진 듯하다. 남들이 참을 수 없는 통증도 그저 그런 통증으로 다가오던... 시인의 말처럼 많이 아팠던 사람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민애 교수의 대학 면접기가 인상에 남는다. 그 후 나태주 시인과 오세영 시인의 통화의 그 적막감이 남다르게 다가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좋은 인연으로 이어갔음을...

나 교수의 글에서 보게 되는 "아버지 아프다. 그만해라."와 비슷한 말을 지난해 병원에 입원해 계신 우리 아버지께 난 들었던 게 생각이 나다. 조금 더 일찍 어머니와 내 말을 듣고 병원에 가셨더라면 지금처럼 입원하지 않으셔도 되셨을 텐데 본인의 고집을 피우시다 쓰러지신 아버지. 병원에서 간병을 하던 때에도 그 고집은 여전하셨기에 그 원인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우리 아버지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게 생각이 난다. 이제는 재활병원에서 공동간병을 받으며 재활 중이시기에 내 칼 같은 말은 들을 일이 없겠으나 비슷한 글을 보니 나 역시 미안한 감정이 올라오는 시간도 있었다.

프롤로그를 아버지 나태주 시인이 에필로그를 딸인 나민애 교수가 쓴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에필로그 직전에 부록으로 아버지가 보낸 편지와 딸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내가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편지를 언제 썼던가를 떠올려 보게 된다. 나름 글 쓰는 것을 전공으로 했었으나 막상 편지는 군 시절 외에는 부모님께 써본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지인들에게 편지를 더 많이 썼다는 기억이 난다.

시를 쓰는 아버지와 시를 평론하는 딸이 함께한 에세이. 주로 나태주 시인의 글이 주를 이루지만 그 글에는 딸의 기억으로 넘치기에 잊을만하면 만나는 나 교수의 글이 온전히 한 권을 만든 책. 아버지와 딸이 함께 책을 쓴다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고, 부녀간의 글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의 부모님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머리가 크고 부모님과 말이 줄었고 생각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결국 우리 부모님이고, 나는 그런 부모님의 사랑으로 지금 이렇게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아무리 나이가 먹더라도 부모님에게 그저 아이인 것처럼. 가정의 달 나이가 들어 부모님과 서먹해진 이들이 더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추천한다.

두 부녀의 글 안에 담긴 풀꽃 내음이 읽는 이들에게 전해져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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