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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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을 전공으로 했지만 현재는 산문 분야의 글을 쓰는 편이다. 그래서 보다 잘 쓰기 위해 다른 이들의 산문, 에세이를 많이 읽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런 의미의 연장선에 있었다. 제목도 독특했으나 띠지에 쓰여있는 '존 디디온, 수전 손택을 잇는 지금 세대의 목소리'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존 디디온은 모르지만 수전 손택은 사진 때문에 알게 되면 그녀의 책도 한 권을 소장하고 있어 끌렸다. 개인적으로 회고록, 비평, 저널리즘은 접하는 일이 적기에 이 책을 통해 읽는다.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라는 부제 또한 글쓰기 책에 집착하는 내 시선을 붙잡는다.



  책은 부제처럼 세 부분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로 구성된다. '갈망의 글쓰기'는 처음 읽는 글부터 가볍진 않았다. 52블루라는 고래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이들의 삶, 그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도 그동안 글로 접하진 않았으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나 '신기한 TV 서프라이즈'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이 가는 내용이긴 했다. 회고록 성량의 글이었고, 호흡이 긴 저자의 필력이 탐나면서도 나와 결이 다름도 확인하게 된다.


  '관찰의 글쓰기'는 가볍게 시작하는 듯했으나 바로 불편함과 긴장감을 갖고 읽게 된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으나 익히 들어봤던 장소들의 불편한 진실은 저자의 감정이 전달되는 느낌이었다(내가 그곳에 관광객으로 갔었다면 저자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분명 안타까웠겠으나 열심히 스마트폰에 사진으로 담고 있을지도... 외국여행을 한 번 다녀왔지만 내 준비 스타일을 보면 갈 곳들에 대한 조사는 했을 듯하다. 그러면서 저자처럼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이 파트에서는 표제 글도 만나게 된다. 글도 시기가 맞아야 한다는 것을 글에서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외면받을 수 있으나 때가 맞을 때 다시 빛을 발하는 것이랄까? 삶도 그러할 것이다. 끝이 어딜지 모를 바닥까지 내려가는 듯한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한 가락 빛줄기는 희망이 되고 그 빛을 받아 빛나게 될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스러지는 이들 또한 얼마나 많은지를...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더더욱 그런 이들의 소식이 많이 들리는 듯하다) 두 번째 파트 글의 성격도 확실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거주의 글쓰기'가 그나마 내 글쓰기 스타일과 비슷한 편이라는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저자와 같은 호흡은 없다. 과거에 비해 더 짧아졌을지도 모르고, 두서없을 때 그 호흡은 더 길어지는지도... 이 부분을 읽는 동안 학창 시절 소설 교수님이 소설 같지 않다던 내 단편소설을 보고 한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그런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무작정 '글쓰기'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글쓰기 책으로만 알고 접한 산문집. 왜 '지금 세대의 목소리'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저자의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와 비교할 수 없는 호흡과 문장은 냉철한 산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자와 나의 성향이 다르기에 그의 문장 스타일을 굳이 내게 적용을 시키지는 않아도 될 듯싶다.


  진중한 산문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이 읽어보기 좋은 책이었고, 오랜만에 조금 차갑게 글을 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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