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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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문득 책 제목을 보며 자문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그림은 아니라는 것. 고흐의 일생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목과 고흐의 자화상에 끌리게 된 것인지 모른다.


  책은 일곱 부분으로 구성된다. 처음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의 표제 글에서 고흐의 상심을 키운 '자신보다 먼저 하숙을 한 사람'을 읽으며 과거 하루 차이로 고백을 놓쳤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뭐 그렇다고 고흐처럼 실연의 충격으로 떠난 적은 없으니... 걷기를 좋아하는 것은 현재의 나도 그렇다. 30대부터 걷기를 즐기기 시작했으니 그와 차이는 있으나 걷기로 얻는 풍경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 난 그림은 못 그리나 사진으로 그 순간을 담고 있기에... 그의 그림에 앞서 나오는 글에 끌리는 것은 지금 나도 인생이란 길을 걷고 있음을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기에 옮겨본다.


인생이란 걷는 것.

목적지에 도달했다 해도 또 다른 곳을 향해 걷고 또 걷는 것.

별에 다다를 때까지 걷는 것.

걷다가 걷다가 별이 되면 은하수로 흐르는 것이 인생.


p.025


  말과 삶이 다른 것을 싫어하는 모습은 과거 문학을 전공할 때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지만 그래도 크게 변하지는 않은 나를 돌아보게 되고, 고흐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둥지'를 읽으며 고흐에게 가족들이 있는 집은 휴식의 공간이기보다는 더 큰 외로움을 확인하는 곳이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2년 동안 450여 작품을 완성했다는 내용은 게오르게 글을 완성하는 나를 채찍질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노란 집을 빌리다'를 읽으며 궁색하나 꾸준히 고흐를 돕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그의 작품을 지금도 볼 수 있는 것임을 확인한다. 궁핍하지 않은 생활을 했던 유명 화가들도 있었지만 타협이 어려운 성격의 고흐에게는 피할 수 없는 환경이 아니었나 싶다.

  '고흐와 고갱, 가까이하기엔···'에서는 서로의 자화상을 주고받으며 파악을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왜 고흐와 고생의 문제가 생기게 되었는지는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화가는 역시 그림으로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서로의 자질을 존중했다는 것도... 이 파트에서 내게 익숙한 고흐의 대표작을 만나게 된다.

  '스스로 택한 고독의 길'에서는 고흐가 귀를 자른 사건을 만나게 된다. 얼마 전 마셨던 압생트는 당시 고흐가 마셨던 것과 다르지만 고도수의 정제되지 않은 알코올은 분명 마음이 여린 화가의 정신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더 나아지기 위해 자신을 요양원에 고립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나아지려 노력을 하고자 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게 아니었을까?(간병을 위해 한 달 넘게 병원에 갇혀 있었던 경험으로 그리 긍정적인 생각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금주에는 확실한 계기가 되긴 한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며 고흐의 그림 속 해바라기는 열망, 사이프러스는 생의 의지, 올리브는 성숙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에게도 인정받기 시작했으나 그의 정신 상태는 매우 불안정한 것 같았다. 작품 활동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태우는 것 같은 모습을 책에서 느낄 정도였다. 주목을 받을 때 오히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든 것인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들판과 밀밭과 까마귀와 뿌리'에서 고흐의 인생관은 처음 시를 쓰던 때 군대에서 세례명을 정할 때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의 생을 정확히 모르나 고흐의 그림에 끌린 이유가 비슷한 인생관 때문이었을까. 고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사고였다는 것과 이 책의 제목이 동생 테오에게 보낸 부치지 못한 편지에서 나왔다는 것이 애틋하다.

  가족에게 갖는 미안함이 나 역시 있기에 남 이야기 같지 않은 고흐의 생애. 한숨을 쉬며 책장을 덮는다. <꽃이 든 꽃병>과 그의 글에 위로를 받으며...


무엇이든 시작이 어려울 수 있지만 용기를 내세요.

꾸준히 하다 보면 다 잘될 거예요.

_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에 관심을 가지며 그의 일생을 모르는 이들이라면 고흐의 그림과 함께 그의 일생을 돌아보기 좋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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