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었다
이재무 지음 / 열림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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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시인의 시집을 소장한 게 있었던가? 시인의 시를 가끔 접하기는 했었으나 시집 한 권으로 시를 접하진 않았던 것 같다. 시집의 제목도 끌렸고 시인의 기존 발표 시와 신작 시 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철저한 몰락 이후 변신이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다.(p.26<아포리즘>에서)


사랑의 본질은 아픈 만큼의 성숙일까? 과거 가수 겸 작사가인 강수지 누나에게 작사의 노하우를 물어봤을 때 대답이 떠오른다. "사랑을 많이 해보고 헤어져라"라는 말이 이상하게 위 시구에 겹쳐진다. 뭐 철저한 몰락까진 아닐지라도 고통이 큰 이별은 절망처럼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길은 너를 향한 길이었다(p.35 <나의 길>에서)


'한 사람'은 시인의 뮤즈이지만 시집을 읽는 내 뮤즈이거나 소중한 사람, 어쩌면 나 자신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도시에 있고 서울의 2호선 전철역 부근에 있으나 사람이 그리운 것은 병원이기 때문일까? 한 달 정도 병원 정문과 후문이 내 최대 한계 공간이었다. 보이는 곳에 자유가 있으나 상주 보호자에게는 그림의 떡. 폐쇄된 환경과 주위의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한숨소리, 최근에는 이 병원에 맞지 않는 정신질환이 있는 속이 불편한 환자 때문에 내 정신은 더 피폐해 가는 중이라 과거형으로 존재해 가는 듯하다.

현재의 상황은 우울하고 답답한데 시집의 시에서 보이는 그리운 시절을 보며 아버지의 뇌경색 재발 전 재활을 바라보던 내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보다 뒷걸음질을 많이 하신 상태라 더 더딘 재활치료와 재발의 두려움이 있으시기에 눈물도 더 느신 듯하다.


멀면 춥고 가까우면 델 수 있다.(p.95 <쇼펜하우어에게>에서)


두려움과 우울감. 특히, 우울감은 병원에서 간병하는 보호자에게 쉽게 전이되는 듯하다. 환자를 달래면서도 정작 자신의 기분은 알아차리지 못해 다른 가족들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한 내 모습에 이 시구가 다가오는 것은 그 경험 때문이었을까?


집에서 가져온 시집 두 권은 읽지도 못하는 중에 읽게 된 시집이다. 옆자리에 병원과 맞지 않은 정신과 증세가 있는 환자와 제멋대로인 보호자 덕에 신경은 더 예민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신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버지의 보호자이고, 도와주는 고마운 분들, 간간이 하는 독서의 힘이 아닌가도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한 사람'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한 사람'이었길 바라며 글을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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