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이강엽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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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은 대학시절 애증이 있던 분야다. 지금은 생각하기 어려울 스타일로 갑작스레 자신의 연구를 위해 시도때도 없이 시키던 교수님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세상과의 만남을 다룬다는 것 때문이었다. 

책은 10가지 주제(꽃, 가난, 선악, 변신, 사랑, 자연, 죽음, 하늘, 복, 호랑이)의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사군자의 출발이 본래 송-죽-매 세한 삼우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꽃을 설명하기 보다 나열함으로도 충분하다는 <한림별곡>의 내용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나는 잘 꾸미지도 못하며 수식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꽃 사진을 찍는 이유도 그런 순수한 아름다움을 내가 봤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뒤로 갈수록 익숙한 꽃과 관련된 고전문학들이 나와 반가운 시간으로 마무리된다.

가난은 현재에도 나라님도 구제 못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청빈, 안빈, 망빈, 적빈 순으로 이어지는데 가난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내 현실과도 겹쳐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선악에서는 절대악과 선악의 교차, 개과천선 순으로 가는데 극단적인 절대악이 작품을 풀어가기 수월했기에 많이 쓰인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절대악 마저도 현재에서 보자면 또 그리 절대적인 악으로 보이지 않기도 하는 듯하다. 뭐 선악의 판단을 내리는 것도 어렵고, 주관적인 판단 요소라 할 수도 있겠다.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나 개과천선의 내용이 아닌가 한다.

변신에서는 익숙한 단군신화에서부터 시작되지만 각각의 서사가 달라짐도 확인한다. 그래도 과거 고전문학을 접했던 게 많았는지 모르는 작품보다 아는 작품들이 많음에 반가웠다.

죽음은 최근 아버지 간병을 하며 어느새 내 눈앞으로 온 것 같았다. 다행히 회복하고 계시지만 나도 나이를 먹지만 이제 부모님의 연세가 적지 않으시다는 것을 체감하는 시간이다. 해드린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기에… 아직 물을 건너실 때는 아니라 생각하며 아버지께서 다시 일반 병실로 옮기시면 간병을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시기에 남다르게 다가온다.

하늘에서 나오는 주세붕의 <오륜가>도 과거 그냥 활자로 와닿았다면 이젠 가슴으로 와닿는다. 하늘 같던 아버지는 병환에 계시니 어느새 이렇게 작아지셨는지 보게 되고, 땅같이 넓던 어머니께서도 많이 약해지셨다는 것을 최근 간병을 하며 느끼게 되는 게 슬플 뿐이다. 내 나이가 먹는 것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 그런 모습들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복은 타고난다는 데 살아가며 변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복 여행의 스토리가 눈에 든다. 복이 없어 떠났다지만 결국 후일 만나게 될 복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 부분의 평범해 보이는 삶이 이루기 어렵다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당연한 게 없으나 꼭 탈이 생기면 아쉬워하게 되는 게 아닌가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과거 고전문학을 교수님 논문 자료로 접할 때와 보이는 게 달랐다. 시간도 많이 흘렀고 과거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하며 다르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과거와 다르더라도 사람들의 삶 속에 고전문학의 내용들이 녹아 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모르고 지나가고 싶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에 만나 좀 더 남다르게 와닿은 책이라 생각한다. 고전문학과 거리감이 있는 이들이라도 분명 와닿는 내용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 전하며 글을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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