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 취향의 발견 - 온전한 생명력을 지닌, 와인의 ‘오래된 미래’
정구현 지음 / 몽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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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과거 커피와 함께 내게 고민거리를 줬던 음료다. 결국 난 취미로 커피를 택했고, 취미에서 직업으로까지 변하기도 했다. 지금은 커피 일을 하고 있지 않으나 홈 바리스타 겸 로스터로 꾸준히 커피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와 달리 와인은 어쩌다 마시게 되는 술이 됐다. 작년부터 위스키에 관심을 갖고 과거부터 이어온 칵테일 취미 덕에 위스키와 칵테일 기주 등은 구매하며 와인은 더 멀어진 것 같다. 그나마 주류박람회에서 소문으로 듣던 내추럴 와인을 맛본 것이 전부였기에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때에 이 책을 접했다. 책의 띠지에 '내추럴 와인에 빠지게 되는 두 가지의 방법' 중 하나는 이미 잊혔으니 무효화됐고, 이 책을 통해 끌리게 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커피, 차, 칵테일, 위스키, 와인 책을 접해봤기에 이 책에도 그림이나 사진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으나(앞서 말한 주류 음료 분야의 책들 중 가장 많이 소장한 커피 책들 중에도 텍스트가 주가 되는 책이 많다) 활자 위주의 책이었다. 크게 일곱 부분으로 구성되고 처음은 내추럴 와인의 정의였다. 생소하지만 과거 커피 책들을 떠올리며 읽게 된다. 어린 시절(대학을 졸업 후 직장 초년생 때에도 거봉 농사를 지으셨으나 그것도 이미 20년 정도 지났다) 시골의 거봉 포도밭에서 놀던 때를 떠올린다 해도 와인 포도 재배 농가의 환경과는 확연하게 다르기에 좀처럼 매칭이 되진 않으나 흥미가 가는 것은 과거 내 몸을 거쳐간 포도와 알코올의 흔적들이 반응하는 것일까?


  책에서 나오는 용어들은 조금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다. 와인을 가볍게 마셨기 보다는 공부하며 향미를 공부한 이들에게 걸맞은 용어들이 보인다. 커피 향미에서도 종종 접하는 용어들이나 거부감은 없었으나 너무 전문적인 내용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두 번째 장인 ‘한눈에 보는 와인의 역사’에서 일반 와인의 역사는 물론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의 마인드를 엿보게 된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으나 과거 내가 커피를 배울 때 편협했던 커피업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분명 그때도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었으나 스페셜티 커피가 전부인양하던 사람들, 자신의 방식 외에는 틀렸다는 이들을 만났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오해와 상식’에 오해라곤 있기 어려운 내게 여러 상식과 어떤 오해 등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추럴 와인, 그 새로운 전통'을 읽으며 왜 최근 스페셜티 커피 생두 프로세싱에 와인에서 사용되던 기법들이 적용이 되는지도 알 수 있었고, 맥주에 대한 책에서 읽었던 발효와 관련된 내용도 비슷하면서 다른 것을 확인하게 된다. 컨벤셔널 와인과 내추럴 와인의 양조법도 책을 통해 알게 되는데 계속 읽어가며 커머셜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뒷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더 강하게 받게 된다. 다양한 시도는 현재 커피 업계에서도 꾸준히 시도되는 여러 프로세싱이나 추출방법 등을 떠올리게 한다.


  내추럴 와인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에 힙하다는 것은 알았으나 이렇게 장인주의적인 방법으로 생산이 되는지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와인이 커피와 다른 점이라면 액상화까지 이뤄진 후 보관이 되어 유통된다면 커피는 매년 조금씩 변화되거나 시도되는 최적의 프로세싱 후 로스터의 로스팅과 바리스타의 추출을 통해 같은 농장의 커피라도 다양하게 전달되는데 그 역시 테루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음도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지역별 내추럴 와인의 거장과 와인들'을 다루는데 나는 아직 맛보지 못한 것들로만 가득해서 새로운 숙제를 받게 되는 느낌이었다.



  와인과 커피에서 취미를 고민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와 다르다면 커피를 선택하고 직업으로까지 했었고, 여전히 직접 로스팅을 하고 집에서 추출을 하는 입장이지만 업계에 있을 때보다는 변화에 빠르게 접근하지 못하는 듯하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내 카페를 차리게 되더라도 스페셜티 커피 위주로의 시작은 어려울 것 같은데 처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알아가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당시와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커머셜 커피라도 꽤 많이 접했던 상태지만 현재도 난 와인을 많이 접하지 않고 있기에 내추럴 와인은 여전히 생소하다. 그래도 어렴풋하게 주류박람회에서 맛봤던 내추럴 와인이 기존에 마셨던 와인과 분명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호기심을 갖게 하는 시기적절하게 다가온 책이다. 

  책을 읽고 추천되는 내추럴 와인을 마셔봤으면 더 좋았겠으나 내일부터 다시 간병하러 병원에 들어가기 바쁜 상태라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내추럴 와인의 문을 열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내추럴 와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와인은 많이 접해본 이들이라면 좀 더 수월하게 내추럴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 쉬운 접점이 되어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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