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이 된다면 -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
캐시 렌첸브링크 지음, 박은진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예 창작을 전공했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실기시험을 보고 입학했던 것도 아니고 그전부터 백일장 등에서 수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작사에 관심이 있었고, 작사가를 꿈꾸며 그렇게 입학원서를 내고 들어갔었다. 그렇게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지도 19년이 된 것 같다. 대학을 다닐 때보다 책을 더 많이 모았고, 그때보다 글쓰기와 독서 등에 관한 책도 더 읽었으나 확실히 글이 좋아졌다는 자신은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때보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제목이 끌렸다. 지금의 내 글쓰기 생활의 바람 같은 제목이랄까? 여전히 습작으로 시를 끄적이고, 책을 읽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게 전부지만 어떻게든 꾸준히 글은 쓰고 있기에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라는 부제에 눈이 갔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등을 제외하면 총 4부로 구성된다. '준비하기'로 시작해 '채굴하기'를 거쳐 '다듬고 고치기'를 한 후 '마치기'로 끝을 맺는다. 가장 많은 글을 담고 있는 곳은 본론에 해당하는 '채굴하기'지만 그에 앞서 '준비하기'에도 비중을 둔다. 글을 쓰기 전에 사전 준비에 따라 글쓰기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내 경우는 특별히 모으지는 않는다고 하나 결국 내 경험이 글이 되는 것처럼 방법의 차이는 있겠으나 준비 단계를 지나칠 수 없다).

  저자처럼 정식으로 데뷔한 작가는 아니지만 전공자로 저자의 글들에 공감한다. 그 공감의 표현이 이런 글쓰기로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글쓰기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꺼내고 달랠지를 저자는 공유한다. 나도 걱정하는 내용이자 외면하기도 하는 일이나 피할 수 없다. 결국 내 글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수순들이고 나는 그것을 해내지 못했기에 아직 내 책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중임을 시인한다.


  2부 '채굴하기'에서는 '준비하기'를 바탕으로 쟁여둔 것들을 캐오는 시기다. 마인드맵은 활용을 아직까지 해보지 않은 방법이나 익히 들은 방법이었다. 오히려 자유 글쓰기와 시간제한 글쓰기가 그나마 익숙한 채굴 방법이었다. '매일 글쓰기'는 중간중간 공백이 있긴 하지만 내 필요에 의해 꾸준히 이어갈 때가 있다. 책처럼 형식을 정해둔 정도는 아니나 루틴처럼 만들 때가 있다. 뭐 그도 중간에 맥이 끊기고 잠시 게을러지면 잊히기도 하지만 현재도 그나마 비슷한 글을 루틴으로 쓰는 게 떠오른다. 그래도 제시되지 않은 흰 공간에 무엇인가 거의 매일 적는 내가 대견스럽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작가는 사소하다 생각하는 것들도 기록으로 남겨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스버깅, 빙산의 일각 만들기'를 정리한 것 같다. 지금의 기록의 순간도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인 것처럼. '감각적으로 묘사하기'의 버전 1, 2는 왜 감각적인 묘사가 필요한지 보여준다. '고치기보단 일단 쓰기'는 창작열에 불 타오를 때 내가 종종 시도하는 일이다. 물론 난 장문의 산문보다 운문을 주로 그렇게 쓴다. '초고를 쓰는 두 가지 방법' 중 나는 채굴하기 쪽에 더 가깝다 할 수 있었다. '당신 + 경험 + 헌신 = 초고'라는 회고록 방정식에서 나는 헌신의 노고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을 해보며 2부를 마무리한다.


  3부 '다듬고 고치기'는 내가 귀찮아하고 불편해하며 상당 부분 그냥 넘어가려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렇게 지나가는 글이 있는 반면 거치는 글들도 있다. 저자의 방법들에서 불편하지만 시도를 해볼만 내용들이 있는지 둘러보게 된다. '퇴고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에서 관심이 가거나 이미 행하는 퇴고 방법들을 만나게 된다. '문장의 맛 살리기'가 고치기의 실제 사례를 보여줘서 불편해하며 잘 들여다보지 않을 퇴고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들어 준다.


  4부 '마치기'를 제대로 활용할 책을 써본 지 오래였다. 꾸준히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해 저자가 전달하는 내용들을 접하고 '작가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글이 주위에 대한 걱정을 더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더 읽을거리'에는 이미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거나 아직 접하지 못한 여러 책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에 작가들의 글쓰기 조언이 되어줄 문장들이 더 든든하게 책은 마무리된다.



  제목부터 조금은 달랐던 책이었고, 여전히 내가 글이 되지는 못했으나 글이 되는 노하우를 저자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작가들에게'라고 시작했던 저자의 글처럼 읽는 이들 모두가 이미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를 어떻게 할지 막막한 이들이라면 그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정체기가 온 이들에게도 슬럼프를 벗어나는 데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