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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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디자인은 거리가 있다. 뭐 웹디자인 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하던 때 외에는 특별히 집중해서 디자인 분야를 공부하진 않았다. 그림에 소질이 없었기에 벡터보다는 비트맵 이미지를 선호하며 한쪽에 치중하며 공부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책이 끌렸던 이유는 '사소하고 당연한 것은 없다!'라는 띠지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목도 '딴생각'이라 '낯설게 하기' 등 창작과 연계가 되는 문구들이 보였기에 저자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왔는지 훔쳐보고 싶었다.



  책은 스물두 개의 키워드와 그에 관련된 작가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인 글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끌리는 키워드나 제목을 골라 읽어도 된다. 나와는 다른 방식의 기록이었고, 구체적이기도 했다. 내 기억도 구체적이긴 하지만 기록은 작정하지 않은 이상은 이렇게 구체적이진 않았다. 대개 비유로 생략이 되며 운문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기 바빴던 것 같다.


  내 취미 아니 이제는 생활이 되어 버린 사진의 도구 카메라 키워드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 유리알에 대한 의심 없이 SLR에서 DSLR로 다시 스마트폰으로 도구만을 바꿔왔다. 그리고 취미에서 생활이 되었던 것 같다.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홀대하는 중이기에 더 찔리게 되는 부분이었는지 모른다.


  '커피'에 다가간 과정은 다르지만 사진을 보니 저자도 커피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내겐 에스프레소는 주로 남타커로 즐기는 음료지만 저자에게는 직접 만들어 마시는 커피다. 모카포트는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아 유럽에서 가져온 비알레띠를 선물 받아 몇 번 추출을 해보고는 다시 핸드드립으로 돌아갔으니.. 책 속 우리나라 커피에 대해 '장비빨'을 얘기하지만 저자가 이 글을 언제 썼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반은 공감하면서도 반은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장비에만 신경을 쓰는 이들도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커피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려는 커피인들도 현재는 많기에... 오히려 그냥 커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지 않고 카페를 하는 이들에게는 머신은 뭐가 좋은 것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원조는 각자가 만들어간다.(p.108)는 말은 현재 각자의 커피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듯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편견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고 내가 잘 아는 분야라 더 아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더 쉽게 생각하는 경향은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색'에 대한 글은 유독 나와 코드가 맞았던 글 같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색에 관심을 가졌던 내게... 그리고 오랜 인연과의 만남을 갖고 온 내게 추억을 자극하는 글로 다가왔다. '볼트'에서는 사소한 것처럼 여겨지나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우리의 생활 안에서도 하찮게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무엇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둘러봐야 할 것 같다. 지난달 우연히 얻어 탄 세일링 요트클럽의 지인의 차에서도 작은 부품 하나의 부재가 만들어낸 효과가 떠오른다. 그 부품을 구할 수 없어 큰 이상은 아니지만 차에서 작은 소음이 발생했던 경험도 떠오른다.



  자동차 디자이너인 저자의 일상 기록은 나의 기록과 다르다. 각자의 언어와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저자의 기록은 저자의 디자인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나의 기록은 후일의 다른 창작물에 영향을 주거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제 24년째 연락을 이어온 지인과의 만남을 떠올린다. 그 만남에서 나는 잊고 지낸 기억의 파편들을 만나지만 이미지보다는 이름이 그나마 더 기억이 났다. 내 사고가 이미지 보다 텍스트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텍스트와 함께 떠오르는 순간순간의 장면들도 오래되었으나 내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저자의 '딴 생각'을 엿보며 나의 '딴 생각'들을 돌아보게 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기록은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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