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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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집이라 끌렸는데 제목은 무조건 읽어야 할 듯했다. 부동산 거래 절벽의 시기 사무실 임대를 중개하고 있는데 이곳도 거래가 끊어져 기다림의 시간이다. 손님은 오지 않고 문의 전화도 거의 없는 시기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도 아닌 임대료는 벌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운 시기다. 그래서 제목이 더 끌렸던 것 같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많은 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읽으며 바로 와닿는 시라 읽기 좋았다. 내가 쓰고자 하는 시 스타일이나 그 스타일을 쓰기 위해서는 아직 준비가 필요해 그대로 행하지 못하고 있는 시였다. 1부 '그래도 괜찮아'의 시를 읽으면 요즘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시들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시가 특히 초반부에는 그랬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집에서도 코로나 관련 시들을 만난다. 나도 그런 습작을 썼으니 시인은 더 했을 것이다. 화분에 핀 채송화 사진을 찍긴 했으나 난 시로 쓰지 못했는데 시인은 그마저도 시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내 기록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표제시가 1부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데 괜히 위안을 받게 된다. 오늘도 오전에 지난주 방문했던 손님들에게 전화를 하며 일을 확인했는데 몇 통 하지 않았음에도 연락할 곳이 없다. 그 연락도 기다리던 소식은 아니라 씁쓸했는데 표제시가 위로를 준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中 p.80~81


  2부 제목 '너무 애쓰지 마라'는 요즘 현실에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2부에서 보는 시들은 현실에서 조금 눈을 돌린 것 같은 시들이 많이 보인다. 분명 시에서 만나는 내용들도 현실에 존재하겠으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3부 '지금도 좋아'라는 제목은 요즘 시기를 생각하면 내겐 거리가 있는 제목이었다. 3부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들이 많이 보인다. 과거 나도 사람을 대상으로 썼던 시들을 떠올리게 하고, 시인은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보게 된다. 내가 매체를 통해 접한 사람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시인의 감정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듯하다.


  4부 '천천히 가자'는 거래 절벽에 서두르듯 조바심 내는 내가 책장을 빨리 넘긴 것을 알고 시인이 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시 「에움길」부터 짧지만 강하게 자리한다. 「사탄은 있는가」를 보며 안 좋은 계약을 떠올리게 했으나 마지막 연이 더 무섭게 와닿는다.



  시가 어렵다는 이들에게도 잘 읽힐 시집이었다. 그리로 일반 시집보다 많은 시가 수록되어 있고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라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았다. 제목부터 끌렸고 시인이 나태주 시인이라 더 끌렸던 시집에서 요즘처럼 기다림에 지치는 시간을 조금은 풍요롭게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가 어려워 시를 피하는 이들에게도 다시 시로 인도할 수 있는 시가 담겨 있는 시집이며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 위로도 얻을 수 있는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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