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 걷는사람 시인선 51
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새해 들어 산 첫 책은 시집이었다. 그렇게 시에 대한 미련을 표현했다. 이번 시집도 그런 미련의 연장선에 있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시집. 대학시절 후배와 시인의 나이와 이름이 비슷해 더 책에 혹했는지도 모른다. 뭐 벌써 졸업한 지 20여 년이 지나 그 동생과 연락을 안 하고 지낸지도 오래라 어떻게 지낼지 문득 궁금해진다.


  제목 때문인지 첫 시는 『성경』의 <창세기>의 내용이 보이는 시가 맞이한다. 그렇게 성경처럼 구성을 하려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시집을 읽는 동안 신의 흔적들을 여러 시에서 목격하게 된다. 내 현재의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차갑게 이성적으로 신앙에 다가가는 듯한 시들은 무신론자가 자신에게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해 보라고 하는 듯한 표현처럼 제목이 다시금 와닿는다.


  현실도 그러하기에 시인은 차갑고 냉철하게 상징을 대한 것이 아닐까? 시집 제목과 같은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를 읽으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빗방울은 추락하며 우울하게 우리를 적시는 신일까? 절규 같지만 한탄스럽게 다가오는 다음 시의 첫 구절이 기억에 자리한다.


우리를 구원하는 건 신인데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옥에 있네

구원하지 못한 건 신인데 지옥을 그리워하는 건 내 평생이 되었네


「겨울 장마」 中 P.36


  나는 조금 더 말랑하면서 부드러운 시를 찾았는지 모른다. 이렇게 치열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시를 보는 게 아직은 낯선지도 모른다. 쓰는 시는 현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고 그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있기에 시인의 시들은 불편함을 주면서도 내 치부를 들춰내는 기분으로 시집을 읽어갔다.


  어쩌면 현실의 겉만 끄적거리는 내게 조금 더 깊게 펜을 들이 밀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던 시간. 제목과 시인에 혹해 시집을 읽게 됐는데 앞으로 시를 계속 쓰고자 할 때 어떻게 쓸지 그 방향을 보여줬던 시집이 아닐까? 낯선 시인의 시 묘하게 내 정서와 교감하는 시가 보다 명확한 시적 방향을 제시하는 시간이 되었다. 현실은 그리 촉촉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촉촉해질 수 있는 게 아닌가도 생각해 보게 된다.


  故 기형도 시인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같은 시구의 분위기로 제목을 접했지만 '가엾은 내 사랑'은 빈집에 갇히진 않았음을 보여준 시집이라 생각된다. 물론, 내가 오독을 했을지도 모른다 시를 그렇게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시집을 읽으며 든 생각은 그러했다. 나도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님은 사랑이시라고 하지만 나부터 그 사랑을 정말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


  또 한 명의 시인을 알게 될 수 있던 시간이었고, 그 시집에서 어느 정도의 방향도 얻을 수 있었다. 너무 건조하게 다가갔지만 조금은 촉촉해지고 득템한 것 같은 기분으로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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