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며 일단 사둔 책. 시집보다도 산문집이 끌렸고, 거기에 시를 쓸 때의 내용을 담은 책이라 책을 사둘 수밖에 없었다. 출퇴근 전철에서 좀 읽다 다른 부동산 책들과 서평 도서를 읽느라 띄엄띄엄 읽었지만 시인의 글을 다시 읽을 때면 반갑게 맞이해 주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시에 미련을 두고 있는 사람이기에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라 생각한다.

책은 부록 외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 시를 쓰고 접하는 시인의 기분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면 2부는 창작의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생각들을 만나게 된다. 3부는 R.M. 릴케의 산문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떠오르게 하는 공간이었다. 편지글 형식이 그러했다면 마무리는 일기처럼 자리한다. 4부는 Q&A 과일 닉네임의 질문자의 물음에 저자인 시인이 답하는 형식인데 '지하철 시' 부분을 읽으며 뜨끔하기도 했다. 내 자작시도 승강장 안전문에 쓰여있기에...

  부록에서는 박연준 시인과 '모과'라는 이름의 모임을 하는 이들의 글이 보인다. 나도 그런 합평회를 하던 대학시절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내 시를 잘 쓰지도 못하고, 그렇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자리를 마지막으로 가졌던 게 그나마 학교 동생인 김승일 시인과 함께 했던 광흥창 시학교가 그나마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글을 읽으니 이런 모임의 필요성에 대한 목마름이 생기는 듯하다. 부록 2에서는 임솔아 시인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어 시인의 시집을 읽지 않고 시인의 시 세계를 조금이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시보다는 이렇게 책 리뷰를 주로 쓰는 지금. 역시 끌리는 책을 잘 샀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의 감성적인 에세이는 분명 내 메마른 감정에 수분을 공급한다. 이 책 또한 그러했다. 그러는 와중에 부드러운 듯 날카롭게도 다가오기도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책 띠지에 쓰여 있는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은 말은 내게도 꽤 통용이 되는 내용이었다.

  작년까지의 목표였던 과제를 마무리했고 이제는 그것을 실제 삶에 활용하는 중이다. 꾸준히 끄적거리고 있기에 그 쓰는 기분을 잘 조절해 시 쪽으로 다시 돌려보는 방안도 생각을 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시와 겨울' 대학시절 썼던 시구가 떠오르는 게 올해는 다시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내 시심을 건드려주는 촉매가 되어준 책이라 전하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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