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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변상욱 지음 / 멀리깊이 / 2021년 11월
평점 :
뉴스타파에서 변상욱 대기자의 방송을 본 기억이 있다. 집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싫어 뉴스를 안 보는 편인데 당시에는 더 어수선한 시기라 뉴스에 신뢰감이 생기지 않았었다. 그때 잠시 봤던 뉴스타파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으나 칼럼 코너를 맡았던 변상욱 대기자는 기억이 났다. 책을 펼쳐보게 된 것도 낯익은 이름이라 펼쳐보게 되었다.
언론인의 에세이 제목은 날이 서지 않고 부드럽게 다가왔다. 어쩌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내 편견 때문에 그려진 이미지가 있었다고 할까? 프롤로그의 시작부터 시와 함께 하는 글은 저자의 강단과 부드러움을 엿볼 수 있는 글이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김용 선생의 영웅문 3부작 중 『신조협려』의 독고구패의 검총 내용이 떠오른다. 젊은 시절 저자의 글들이 예리한 보검이었다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저자의 글은 책 속 검으로 비유하자면 목검에서 무검으로 이어지는 단계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뿐일까? 글 중 '내게 이런 예술적 감수성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p.047)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이미 그의 글은 앞서 언급된 아메데 오장팡의 "예술은 평범한 것이 비범하다는 걸 입증하는 것"(p.035)이 대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걷기를 생활화하는 내게 책 속 만나는 '걷기'와 관련된 글들은 잠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제는 루틴이 되어 걷지 않는 것이 이상한데 나는 얼마나 내 발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9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때에도 무작정 일행의 걸음에 맞추다 무릎에 무리가 갔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후로 걷기가 생활이 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된 이후 무작정 걸으려고만 했지 발이 보내는 신호는 정말 신경 쓰지 못했었는데 그 부분을 반성하게 된다. 몇 개월 전 무릎에 통증이 오던 것도 결국에는 그런 신호였을 텐데 무디게 지나치는 게 익숙했었나 보다. 결국 내상을 키워가고 있었는지도...
책을 읽으며 장면으로만 기억되는 아버지와 저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좋았던 기억도 있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안 좋은 기억들로 과거의 좋은 날들이 잊히는 것 같다.
그렇게 첫 부분의 '나'에서 '너'를 지나 '우리'로 에세이는 이어간다. 처음 예측했던 것과 다른 따뜻한 저자의 글과 그 속에 따뜻하게 피어나는 감정들은 편견으로 의례 짐작하며 속단했던 내 생각을 반성케 한다. 오히려 현재에 찌들어 감정이 메마르고, 그대로 냉랭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혼자 걷는 게 익숙했으나 최근에는 지인의 건강 때문에 함께 걷기도 한다. 홀로 걸을 때와 분명 다르다. 혼자 걸을 때는 나만 생각하고 무조건 정해진 목표를 향해 걸었지만 함께 걸을 때는 동반자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가끔 혼자만의 성공을 논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주위를 살피지 않아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이뤄낸 성공. 자신에게 가해진 위해는 확대하여 부풀리고, 타인에게 가한 해는 가볍게 여기는 일이 '성공'이라는 단어로 용서가 되는 듯한 시기. 책은 그냥 내게 온 것이 아닌 듯하다.
저자와 제목에 끌려 읽게 됐으나 책에서 또 다른 감동과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