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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ㅣ 책세상 세계문학 2
안네 프랑크 지음, 배수아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마지막으로 일기를 써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일상의 끄적거림을 블로그 포스팅으로는 가끔 남기나 온전히 일기라 생각되는 글은 군대 시절 수양록과 마지막이자 세 번째 유격훈련 때 쓴 듯하다.
일기하면 떠오르는 작품 하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이 책 '안네의 일기'가 아닌가 싶다. '난중일기'는 그래도 읽어봤으나 '안네의 일기'는 읽어봐야지만 계속 다짐하다 이번에 배수아 작가의 번역으로 나온 책이 보여 읽게 됐다.
기록자인 안네 프랑크는 종전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그 책의 내용은 어떤지 궁금했다. 건조한 '난중일기'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책을 펼친다.
역시 어린아이의 일기라 감정 표현이 솔직하다. 책을 읽으며 10대 소녀의 마음이 이런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마 전쟁이 없었고, 나치가 유대인을 박해하지 않았다면 더 즐겁게 커갈 수 있는 소녀였을 텐데... 전쟁과 인종 차별이 여러 생명의 자유를 억압하고 박해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초반 밝기만 했던 일기는 차츰 어두운 시대를 반영하든 바뀌어 간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마주해야 하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갈등, 함께 지내는 이들과의 갈등은 틀이 정해진 공간에 묶여 지내는 아이에게 얼마나 답답한 시간이었을까. 일기는 소녀에게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내게도 이런저런 말을 할 지인들이 있다. 그들과의 채팅방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스트레스를 더 쌓고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누구나 각자의 해소 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맞는 이들이라면 더욱 좋고, 안 된다면 안네처럼 일기에 가상의 상대방을 정해놓고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몰래 숨어 지내는 공간에서 가상의 친구에게 털어놓는 게 그 힘든 시기 안네를 지탱했던 삶이 아니었나 싶다.
일기는 1944년 8월 1일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추후의 이야기는 인터넷 등을 검색해 알아낸 사실은 안네가 수용소에서 언니와 장티푸스로 추정되는 모종의 병으로 사망했으며 그 일이 있고 몇 주 차이로 영국군에게 해당 수용소가 해방이 됐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신의 일기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것을 안네 프랑크가 봤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안네의 희망사항을 알고 있던 아버지였기에 이 일기를 보관하던 이에게 건네받은 후 일기를 읽었을 아버지의 눈물이 느껴지는 듯하다.
개인적인 내용들은 적절히 편집을 하고 출판했겠지만 10대 소녀의 발랄함과 그 나이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난중일기'와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고, 책을 읽은 후 안네 프랑크의 죽음을 다시금 애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