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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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시인의 시집은 담담하다. 원어로 읽으며 그 뜻을 알 수 없기에 내겐 대체할 방법은 없다. 모든 외국시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읽으면 직관적으로 와닿는 시들이라 더 끌리는지도... 그렇다고 확실한 애송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릴케의 '가을날'이었는데 지금은 따로 없다.


  이번 시집은 헤르만 헤세의 추천사가 역할을 했다. '동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어느 시대나 통하는 작가' 작가에게 더 없는 찬사라 생각이 된다. 시대를 불문하고 통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밀리언셀러 최신 완역판이라고 하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했었는데 좋은 계기가 된다.


  책은 시집이라 판형이 크지 않다. 그렇지만 익숙한 얇은 두께의 시집은 아니라 에세이집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부제인 '에리히 캐스트너 박사가 시로 쓴 가정상비약'에 더 끌린다. 집에 두고 대비할 수 있는 약이라니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랬을까? 들어가는 글부터 느껴지는 포스가 다르다. 목차에 이어 나오는 '사용 지침서'에는 상황별로 일상에서 상비약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하고 있어 순서별로 읽어보 고 집에 두다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좋을 듯했다.


  내용은 번역 시라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또 일상이 시가 되는 것을 잘 보여준다. 나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일상을 시로 쓰려고 하는 편이라 내 창작 방향과도 잘 맞는 글들이었다. 짧은 글에서 긴 글까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산문 형태가 아닌 일반 자유시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시를 어렵게 느끼는 이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내용이라 생각된다.


  지난주 월요일 공인중개사 원서접수를 3시간 15분이나 걸려 겨우 접수했는데 아직 합격적을 넘겨보지 못한 모의고사 점수가 걸리고 조급함이 느껴진다. <새벽 다섯 시의 남자>의 마지막 구절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가 들어오는 것은 조급함에 쫓기지 말라는 듯싶다.


  코로나로 사람 사이 간의 물리적 거리가 생겼다. 가족이 아니라면 다섯 이상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 왜 지금 이 시집이 끌리는지는 물리적 제한으로 마주 볼 수 없는 이들의 우울함을 달래기 위한 것은 아닌지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가정상비약'이라는 저자의 의도대로 우울감이 커져가는 시기 읽어보며 각자의 감정과 일상을 글로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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