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 그동안 몰랐던 서양미술사의 숨겨진 이야기 20가지
허나영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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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화가인 친구에게 잠시 빌렸다가 의누나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문고판을 소장하고 있으나 완독하진 못했다. 집에 두고 언제고 꺼내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니 더 읽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초 중 고교 시절 예술 실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론 시험에는 자신이 있었던 것은 큰 비중은 아니었으나 해당 이론들에 대한 관심이 원인이었다. 실기가 부족하기에 이론에 빠졌는지도... 아무튼 그렇게 음악과 함께 미술도 미술사에는 관심이 많아 곰브리치의 책보다 양의 부담이 적은 책들과 교양서로 나온 책들은 종종 읽어왔다. 그리고 간혹 미술이나 취미인 사진 전시회를 구경 가는 일들이 미술을 대하는 자세였던 것 같다.


  매일 스마트폰 카메라로 샛강다리를 기록하는 일 외에는 한동안 미술 관련 교양 생활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책을 읽게 된 것도 그런 오랜 쉼에 메마른 미술 감각에 마중물의 역할을 해주려 읽게 댔다.


  프롤로그에서도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이름 곰브리치. 하지만 저자가 1˚ 틀었을 때 보이는 서양미술사 이야기를 담았다는 말에 본문의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시작은 평범하고 담담하게 다가온다. 역시 그리스 로마 신화로 시작이겠지 싶었으나 신들의 세계를 다룬 미술 작품이 아닌 평범하진 않은 인간의 세계를 다룬 작품들이 나온다. 익숙한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의 그림이 새겨진 암포라도 결국은 실용적인 작품이었다. 제의적인 요소보다 현재처럼 떠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작품들이었음을 알게 하는 묘비와 초상화를 보며 내 사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쿄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시기에 책에서 만나는 올림피아 제전 당시의 고찰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왜 다 누드일까?라는 생각은 당시 시민의 기준과 대회에서의 부정을 방지한다는 목적에 적합한 내용이었다. 다만, 현재의 기준에서 더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고대 시대 더 다양성을 존중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암흑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중세. 신성은 강화되었고, 종교의 힘은 커졌으나 그만큼 문제도 많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성 조지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떠오른다. 비슷한 국내의 옛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용의 상징이 사탄이었던 것도 생각하게 된다. 책에 나오는 그림 속 공주가 용의 목줄을 잡고 있었던 것은 이교도를 나타낸 것은 아니었는지도... 승자의 역사이고 쓴 이들 위주로 각색이 되는 내용. 십자군 전쟁이 미화된 것도 그런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바이외 태피스트리> 기도서 속의 달력화 등 결국 과거 예술은 돈과 권력이 있는 이들이 남길 수밖에 없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뭐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이어지게 되는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에게 생업이 제작 의뢰를 받은 작품을 만드는 일이었으니 예술의 발달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익숙한 그림이 보인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뒤에 보이는 거울 속에 화가 본인이 나온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도상학적인 의미는 별로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르네상스의 시대의 첫 글은 현재 시대를 정복 중인 코로나 얘기다. 중세의 흑사병이 있었다면 현재의 코로나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움을 꾸준히 확인 시키는 중이다. 흑사병의 시대라 바니타스 작품과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는 빠질 수 없었던 것 같다. 당시와 다르게 현 시기에는 기술의 발달이 예술의 발전을 대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 하면 빠질 수 없는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상당 부분을 채운다.


  그림을 직접 봐야 하는지는 9년 전 스페인에 산티아고 성지순례를 갔을 때 들렸던 톨레도에서였다. 당시 봤던 엘 그레코 그림들 덕에 화풍만 봐도 엘 그레코의 것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도 만나게 되는 작품이 반가움과 함께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결코, 가볍지 않으면서도 무겁지 않게 서양미술사를 접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20가지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책장에 아직 잠들어 있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깨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죄책감도 들게 한다. 분명 적지 않은 두께이지만 저자의 필력과 이야기의 흡인력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역사와 세계사에도 관심이 있는 내게 적적한 책이었고,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서양미술사에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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