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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처럼 살아간다 - 의심과 불안과 절망을 건너는 8가지 방법
게리 퍼거슨 지음, 이유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독특한 제본의 책(사철 제본이라 펼쳐 읽기 편한). 제목도 의미심장하고, 표지 디자인의 그림도 제목과 잘 이어진다. 부제도 지금 팬데믹 시기에 적절하다. 우연하게 만난 책인데 제목과 콘셉트가 끌렸다.
'시작하며'의 인디언 장로들과 젊은 인류학자의 대화를 보며 문득 나 자신도 그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화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기계 인간이 되려 떠난 여정에서 철이는 결국 기계 인간이 되지 않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빠르게 기술이 발달하는 시기 우리는 어쩌면 기계 인간화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시골과 비슷한 환경이었기에 흙을 가까이했다. 땅강아지, 물방개, 개구리, 달팽이 등을 잡고 풀밭에서 뛰어놀던 시절이 있다. 같은 동네지만 그 시절의 환경은 사라졌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고통도 잘 느꼈는데 나이가 들수록 고통에 둔감해지고, 감정도 메말라 가는 느낌. 내면의 일부가 죽었을 거라는 인디언 장로의 말이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책은 부제처럼 Lesson 1~8까지 총 여덟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글은 우화와 에세이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 자연에서 얻은 철학적 사유들이 담긴다. 누구라도 알만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들은 낯설면서도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내용이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면 공감하기 어려웠을 텐데 철학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철학자의 이야기는 낯설지만 저자의 경험으로 넘어오자 그렇게 먼 이야기는 아니었다. 똑같은 경험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익숙한 모습들이었기에 낯설지 않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서 뛰놀던 때가 있었고, 중고교 시절은 그런 것들을 느끼기 보다 그냥 일상에 치이며 잊어갔는지 모른다. 빠르게 변하는 흐름을 따르기 바빴다. 군대 시절 다시 자연 속에서 여러 경험을 했으나 부분적으로 특별했던 자연과의 경험 외에는 결국 군대였다. 그렇게 다시 도시로 돌아와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며 치이며 살아간다. 그래도 다시 하늘을 보고 꽃들에 시선이 가는 것은 과거의 기억과 내재된 끌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최근 서울과 관련된 자작시를 쓰며 과거 어린 시절을 떠올렸던 때를 생각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물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31년 전에 새로 지은 집이지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기에 서울시의 작은 동네의 변화와 함께 커왔다. 당시와 변하지 않은 모습도 여전히 있으나 더 많은 것들이 변하고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특히 기후 변화는 과거보다 발달된 기술을 더 뛰어넘는다. 그로 인해 기후의 역습은 시작되었고, 이상 기후가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인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결국 그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도 우리 몫이라는 것을 떠올린다.
가볍게 접했지만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만은 없었던 시간이었다. 현재 내 일상을 돌아보며 자연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너무 무겁지는 않으나 그래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내용의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