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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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베스트셀러 산문집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어본 지도 4년이 지났다. 지금처럼 e-book을 즐겨 구매하고 읽던 때가 아니었는데 당시에 우연하게 E-book으로 읽었던 것 같다. 책도 잘 읽혔고, 그리 즐겨본 만화는 아니었으나 어린 시절 주제가는 여전히 맴돌았기에 그 시절을 떠올리며 지나치며 가끔 봤던 내용들이 새롭게 다가왔었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10년 전 산문집의 재출간이었다. 과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그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기에 얼마만큼의 변화가 반영되었을지 궁금하지만 초판을 읽지 못한 내겐 물음표로 남을 듯하다.


  '봄날은 간다', '버스를 타고', '기억의 습작', '어른의 시간' 총 네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봄날은 간다'의 첫 글은 제목부터 짠하다. 이미 나 역시 허무하게 지나온 나이. 이어지는 글의 제목과 내용이 낯설지 않은 것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저자처럼 오랜 시간을 일을 했다기 보다 30대에는 여러 직업을 전전긍긍하면서 일자리 구하기 어려움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떠오른다. 노량진은 옆 동네이고 가벼운 내 지갑에 배를 채우기 좋았던 곳이었는데... 저자의 기억들을 코로나 시작으로 고생하던 때 읽었으며 눈물이 났을 듯싶은 내용들이었다. '혜화동'은 어떤가 저자가 일을 하던 시기까지는 정말 대학로에 한 달에 한 번은 갔던 것 같은데... 특히, 지금은 사라진 마로니에 백일장(현재는 청소년과 여성 백일장은 남아 있으나 그 당시에는 대학·일반부도 있었다)에서 2000년 운문부 참방으로 입상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동물원의 노래는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친숙해졌지만... 작가의 첫 직장의 멤버들도 참 화려했다. 당시는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글 쓰는 이들의 낭만이 느껴졌다. 글 쓰는 전공자의 비슷한 비애마저도... (다시 공모전에 도전을 해서 뭐라도 돼야 사라질 병이겠지만 ㅎㅎ)


  '버스를 타고'를 시작하는 글에서도 저자와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지금은 소설을 잘 읽지 않지만 대학시절 즐겨 읽던 소설이 윤대녕 작가의 소설이었기에 반가웠다. 그리고 대학시절 문득 교수님 연구 자료에 필요해 연구실에 두고 못 챙긴 소설집도 떠오른다(역시 빌려주니 주는 게 낫다).


  이 외에도 이어지는 '기억의 습작', '어른의 시간'에도 저자와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다. 90년대 학번의 마지막에 섰지만 작가의 글에서 보는 시간들은 대부분 봐왔기에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불혹은 넘겼으나 아직 철없는 시간을 살아가는 중이다.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는 40대들이 더 공감을 하게 되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이후 백영옥 작가의 산문을 기다린 이들에게도 반가운 책이 될 듯하다. 초판을 읽은 이들은 잊힌 그 시절의 문장과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금 참 잘 읽히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글을 쓰는 작가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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