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어스 드림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
프란치스코 교황.오스틴 아이버레이 지음, 강주헌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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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유례없는 시기가 찾아왔다. 설마 했던 불안감은 현실이 됐고, 꽃길을 전망하던 일자리는 코로나19로 의미를 잃어버렸다. 지난 1년 반 공들였던 시간이 참 허무하게 무너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우울감은 커져갔고, 경제적 사정에 결국 새로운 일로 숨통은 트였다. 일반적 사고로는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나 나에게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미사를 마지막으로 직접 드린 게 언제였는지... 신앙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신앙서적을 읽고, 기도를 하며 이어갈 뿐. 대림 시기를 마무리하며 맞이하는 교황님의 책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책을 처음 읽으며 '위기가 닥치면 우리는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합니다'(p.20)는 말씀이 가장 와닿는다. 위기의 날들이 지속되는 때 전해지는 메시지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을까? 나는 과연 선해지고 있는지 악해지고 있는지도 돌아볼 계기가 될 수 있을 책이라 생각했다.


  책은 머리말과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 '직시할 시간'을 읽으며 어느새 팬데믹에 무뎌져 소명을 따른 의료진을 잊고 살았던 것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기에 더 빨리 그 고마움이 식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응원을 하고 감사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희생은 당연시하게 된 것 같다. '무관심' 바이러스에는 많은 이가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 세계를 잠식해 승리한 바이러스가 아니었을까? 나 또한 그러하다. 내가 살기도 힘들기에 주위에 신경을 더 쓰지 못했고, 여전히 그러는 중이기에 1부의 마지막 페이지가 더 울림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나는 희망의 불시를 봅니다.

뿌리로부터 시작되는 변화,

사람들의 구체적인 요구로 시작되는 변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근간에 둔 변화,

우리에게는 이런 근원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p.123


  2부 '선택할 시간' 정말 많은 것들을 새롭게 정의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시기가 아닐까? 교황님께서 전하는 질문들에 얼마나 고민을 하고 방황하게 되는지... 어제 본 영화 '원더우먼 1984'에서 각자의 바람과 욕심으로 세계 종말 앞에 선택의 기도에 서게 되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을 듯하다. 2부 초반의 질문들을 지나 그 고민을 슬기롭게 대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만날 수 있다.


  3부 '행동할 시간' 팬데믹으로 지구가 그렇게 넓지 않고, 우리가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3부에서 다뤄지는 내용에는 지금 우리나라 뉴스에서 매일 보게 되는 현상도 볼 수 있다. 좌우, 진보와 보수를 떠나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정치적 공방의 연속이 과연 얼마나 사회를 발전시키는지는 모를 일이다. '행동할 시간'을 읽으며 생각의 시간을 갖게 된다.


  각 부의 시작에 나오는 묵상 글들이 본문으로 시작 전 독자의 마음가짐을 다잡게 하는 듯하다. 특히, 이 책을 마무리하는 시 <희망>는 교황께서 이 책에서 표현하려 애썼던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묘사한 시라는데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시를 읽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시를 읽고 책을 읽어도 새로울 것 같다.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직시하지 못했고, 선택하지 못하며, 행동하지 못했을 뿐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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