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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주영헌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1월
평점 :
학창 시절 시인을 만나면 시 쓰기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학교 선배 및 여러 시인들과 교류를 했었다. 결국 시 보다 술이 늘었던 기억과 술병으로 고생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시와 시인은 별개로 봐야 할까? 학창 시절 함께 시를 쓰던 선배와의 대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다. 시와 시인은 별개고 시인의 삶과 시를 연관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던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시에서 보이는 시인의 모습이 정말 그 시인이길 바랐고 그런 시를 추구했는지도 모른다. 몇 년 전 문단 미투 등이 터졌을 때를 떠올리면 선배 형의 말이 맞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시에서 시인의 모습과 성품이 그려지는... 주영헌 시인의 시집을 보면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처음 만난 것은 함께 시 공부를 했던 김윤이 시인 소개로였는데 주 시인님과 더 가까워진 계기는 학교 후배인 '프로메테우스' 김승일 시인과의 접점이었다. '우리 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를 김승일 시인과 함께 하면서 그 따뜻함을 표현하는 시인.
그런 시인이 낸 신작 시집은 제목부터가 따뜻했다. 각자 살아남기에도 치열한 세상에 온기가 전해지는 제목이었다. 기존의 걷는 사람 시인선과 별도의 시집이라 표지와 속지에 사용되는 그림들이 독자의 시선을 끈다.
시를 읽는 게 어렵고,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 하는데 내가 시를 찾기에 주변에 시집을 읽는 이들과 시를 쓰는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코로나19로 멀어진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따뜻한 시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닿는 시들을 마주하게 된다.
지난 금요일 CGV에서 있었던 우이시 '시집이 오다' 때 낭독으로 만난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는 시집에서 다시 만나도 여전히 좋다. 시인과 SNS 친구라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시들도 보인다. 특히, 시인이 강릉에 종종 방문하는 것을 알기에 시로 만나는 강릉 바다를 보며 내가 한창 깊게 세일링에 빠져 있을 때도 떠올린다.
대학시절 직접 손으로 만들던 내 자작 시집을 떠올린다. 시와 관련된 이미지를 함께 인쇄했었는데 이 시집에서도 그때의 기억이 생각난다. 텍스트와 여백만 있는 게 아니라 시와 밀접한 그림까지 함께하니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종종 그림을 따라 시 속에 더 깊게 들어가는 뜻한 느낌도 들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따뜻하고,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 표지까지도 발갛게 물드는 시집. 나뿐만 아니라 시집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따뜻함을 기대한다. 주 시인님께 청한 사인으로 적어주신 시 「반대쪽」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며 이유 있는 우리의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우리는 서로의 발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외발입니다
「반대쪽」中 p.24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