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하면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복학 후 교수님들이 조교 대우를 해주는 복학생. 특히나 고전문학 교수님의 일을 많이 했다. 내가 주로 공부한 전공은 시였는데 어쩌다 보니 그리됐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역사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설화나 전설을 어린 시절 전래 동화로 읽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몇 해 전 서점에서 복학 후 공부한 전공서적을 봤는데 두께가 꽤 두꺼워지면서 한글화된 것을 보며 책에 한자음을 쉬는 시간에 달던 일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과의 첫 만남은 두께를 보며 약간의 놀람으로 시작됐다. 과거 동일한 저자의 유사한 제목의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두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스토리의 원형을 다루기에 세계의 민담들과 그와 비슷한 유형의 우리나라 민담을 만날 수 있다. 그림형제의 민담집이 큰 축이 된다. 얼마 전 읽었던 다른 신화 관련 서적에서 느꼈던 것처럼 과거 배웠던 아르네―톰슨의 '설화 유형'이 생각이 나는 것은 같은 맥락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선 책이 신화를 다루기에 보다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두께에 놀라지 않는다면 흥미롭게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이야기의 힘일까?).


  책은 다섯 파트로 구분되는데 도입부에 속하는 PART 1 '이야기와 인간'에서 낯익은 이야기들을 접하며 점차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PART 2 '성장과 독립'을 보며 나이는 그냥 큰 노력 없이 들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익숙한 '미녀와 야수'의 원형도 접할 수 있다. PART 3 '호모 에로스' 사랑은 어디에서고 빠질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금 이 책의 중심부에 위치한 구성도 마음에 든다. 뒤로 갈수록 보다 현실과 맞닿는 주제의 내용을 많이 만나게 된다.


  책을 읽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구미호뎐'을 떠올린다. 드라마 안에 숨어 있는 우리나라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간혹 드라마에 비치는 특정 요소를 통해 해당 캐릭터를 알아맞히는 재미도 있다(아는 만큼 더 재미있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 오버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옛이야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지내는지도...


  책은 두꺼웠으나 이야기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옛이야기라 다가오지만 그 속에서 현재의 모습도 발견하기 때문이다. 왜 옛이야기에서 소재를 가져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도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간혹 전혀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가 들려오면 남의 이야기에 솔깃한 것은 나뿐인가? 흥미로운 옛이야기를 다양하게 비교하며 접할 수 있어 책 두께가 납득이 갔다. 디자인 요소 또한 책을 잘 나타낸 것 같다.


  옛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스토리 구성 등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에 관심이 있거나 활동하는 이들이게 권하고 싶다. 그런 이들이 아니라도 읽어보기 좋은 내용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글쓰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직 나타내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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