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걷는사람 시인선 28
희음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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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쌀쌀하지 않았던 토요일 낮, 커피 로스팅을 마친 후 따뜻한 햇살 속을 걷는다. 카디건을 벗어 반팔로 볕을 쬔다. 가방에 있던 시집도 꺼내 함께 걷는다. 가을에 어울리는 배색의 시집에선 초면의 시들이 말을 건다. 모호한 문장과 시어가 다가온다. 걸음을 따라 문장들이 흔들린다.


  잘 알지 못하지만 '읽다 보면 속내를 알 수 있겠지'라며 눈으로 문장을 따른다. 시집과 함께 걸으면 모호했던 문장의 속살이 종종 보이기도... 날이 선듯한 시어도 스쳐간다.


  시를 오랫동안 제대로 읽지 않았기에 시인의 시는 어렵게 다가왔다. 걸으며 읽었기에 집중을 못 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함께 걸었기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답답함에 해설을 넘기다 시집을 '걷기'와 관련해 표현한 문장도 반갑기만 하다.


  희음 시인의 시를 읽으며 일상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 본다. 시인의 시선은 내가 가볍게 지나치는 일상도 함부로 흘리지 않고 시로 담는다. '여성 주체가 어떻게 자기만의 인식과 목소리를 얻게 되는지 보여 준다'라는 나희덕 시인의 글의 의미도 만나게 된다.


  남성인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 시로 다가온다. 지식과 지인의 얘기로 간접 경험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물의 기억으로 다가오는 일들도 시의 모습으로 마주 한다. 종종 어떤 시들에서 과거 읽은 시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한창 시 습작을 했던 시절의 습관이 봉인에서 풀려나는 기분이다. 결국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일지도...


  여성성 하면 과거 대표적으로 떠올리던 나희덕 시인과 김선우 시인의 시와는 확실히 다른 결의 시집이었다. 내가 힘이 되어 줄 정도는 아니나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이었고, 다시 문청이 되어가는 중인 내게 필요한 만남이었다. 정확히 그 뜻까지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하겠으나 분명 멈춰있던 물 위에 돌멩이는 던져진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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