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셀름 그륀의 기적
안셀름 그륀 지음, 황미하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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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당연하다 생각했던 일상이 사라진 2020년. 자정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계획했던 일정도 무의미 해졌다. 한숨이 자연스러워진 시기 캐스 리더스로 이 책을 읽게 됐다. 미사를 마지막으로 드린 게 6개월 전이다. 꾸준히 매일 미사를 읽고 성경 구절 뽑아 손글씨 쓰기, 매일 복음 타이핑, 주중 출근길 묵주기도로 이어가는 신앙생활. 미사를 드리지 않음에도 신앙을 잃지 않고 있는 것도 어쩌면 내겐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내 신앙도 군 입대 후 문득 찾아왔었다. 그전까지 개신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권유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군 입대 인사를 하러 교수님께 찾아갔을 때 가톨릭 신학교에 입학을 한다던 선배를 보며 그때까지도 천주교에 대한 지식이 1도 없었는데 군대에서 오랜 시간을 세례도 받지 않고 천주교 종교행사를 다녔다. 1년 반이 지나서야 2박 3일의 교리를 받고 그제서야 세례를 받았다. 그 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금의 본당에 제대 후 반년 만에 찾아가 교적을 만들고 10년이 넘는 시간을 청년 활동을 했으니... 신앙은 내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특히, 1장의 내용들이 일상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기적 같은 일을 얼마나 무미건조하게 지나 보내고 까칠하게 대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내게도 그런 일들이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더 그렇게 했었는지도 모른다. 회복이 되려던 경제력은 멈춰버렸고, 뒷걸음질 치는 막막한 상황에서 속만 골아가던 시간을 보내다 결국 새로운 길을 만났다. 그것도 내게 미리 준비하신 일이었을까?


  2장에서는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행위 속에서 영성을 발견한다. 3장에서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던 사물에서 만나는 영성으로 익숙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기에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었다. 3장이 사물이었다면 4장은 자연의 것들인데 내게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어쩌면 그런 영성의 무의식적인 행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닫는 글 '세상의 모든 것을 기적처럼'을 읽으며 당연시를 싫어하던 내가 일상을 너무 당연시했던 것을 깨닫게 한다. 깨달았다 망각하고를 반복하며 살아가겠으나 우리 곁에 어떤 기적이 함께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매일 기적을 만나지만 의미 없이 보내는 순간들이 많다.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일상, 그 속에서 기적을 발견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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