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을 바라보다 - 일상에서 발견하는 나의 영성
윤주현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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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기에 미사에 여전히 못 나가는 내게 영적 독서는 신앙생활을 이어가게 해준다. 지난번 기도에 관한 묵상집에 이어 이번 캐스리더스 책은 '영성'을 다룬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이미 영성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에 집중한다. 그리고 세례 때에 받은 소명에 대해서도 공의회 문헌 교회 헌장의 다음 부분을 읽으며 되새긴다.


  내가 잘해서 하느님께 불린 것이 아니었음을 떠올린다. 우연하게 부름에 응답해 지금의 내가 있었다. 나도 내가 세례를 받아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군대에서 영세를 받은 지인의 얘기를 듣기 전까지 성당 근처에도 가본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는 세례도 받지 않았는데 천주교 종교행사에 참여를 하려 애를 썼다. 그로 인해 고참들에게 갈굼도 당했고, 오랜 시간 기다려(18개월 요즘은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이라던데...)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병장이면 편하게 정비를 할 수 있는 일요일 오전 시간을 종교행사, 미사를 드리며 보냈다. 결국 제대 후에도 불교 신앙을 가진 집이지만 허락을 받아 지금까지 꾸준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 그게 어쩌면 내 영성생활이 아닐까?


  '영성'이란 말은 신앙생활을 하며 익숙하게 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고 지내왔다. 2장을 통해 영성의 정의에 대해 알고 간다.


  '영성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한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우리 각자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우리 각자가 그분께 드리는 고유한 사랑의 표현방식'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누구처럼 이 아닌 각자 자신이 되어 각자가 걸어야 하는 게 영성의 길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뒷부분에 나오는 영성의 색깔에서 평신도 영성이 '무지개색'이라는 말은 꾸르실료의 '데 꼴로레스'를 떠올리게 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펀치넬로'라는 어른 동화 이야기를 들으면 내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주변에 무게 중심을 뒀다. 이제라도 나에게 더 무게를 두는 삶을 살려고 하는 중이라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장에서는 신학의 꽃이라는 영성 신학에 대해 소개가 된다. 수덕 신비 신학을 계승했고, 실천 신학에 속해 윤리 신학과는 사촌지간에 있는 신학.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해 보여 주신 계시 진리를 비롯해 신자 개개인의 신앙 체험에서 시작되어 은총을 통해 이루어지는 초자연적 삶을 밝히는 학문이기에 신학의 꽃이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4장의 질문은 신앙생활을 하며 영적 독서와 성경 공부 등을 한 이들이라면 답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답대로 살아가지 못함에 목소리가 작아질 것 같다.


  '하느님과 깊은 사랑의 일치를 누리며 그분을 직접 대면해 관상하는 행복한 삶'(p.136)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여정에 대해 5장에서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5장의 내용은 앞서 3장에서 언급되었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 의해 확정된 세 단계의 여정을 다룬다. 그동안의 내용이 영성에 대한 이해를 전했다면 5장에서는 그 실천에 대해 다루며 우리 신앙생활의 여정을 돌아볼 시간도 갖게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여정이 '정화의 길'을 지나 '조명의 길' 문턱을 넘었다가 다시 '정화의 길'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조명의 길'의 모습과도 어우러지는 모습도 있으나 그에 못 미치는 부분이 더 많기에 그렇게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세례를 받은 지 이제 곧 20년이 되어 가는 지금 위기의 시기에 내 영성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고, 어떻게 그 여정을 다시금 잘 걸어나갈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각장 끝에 나오는 아가서의 구절들은 주님을 찾는 신앙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구절들이라 아가서를 제대로 완독하지 않았기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구절들이 보인다. 연서 같은 구절들이라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부록으로 영성 신학에 대해 더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다루며 책은 마무리된다.


  분명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가장 신앙생활이 타올랐던 시기였던 것 같다. 결국 사회생활과 먹고사는 일 등 방황 속에서 그 불길은 불씨가 되어 조용히 타고 있는 시기. 코로나19로 온전한 신앙생활이 어려워진 때 적절하게 만난 영적 독서로 내 영성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신앙생활이 흔들리는 이들이나 그 방향에 대한 의문이 드는 신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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