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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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될 생각이 있었던가? 특별히 작가를 꿈꾸진 않았다. 그냥 작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문예 창작과에 입학했고, 작사와 가장 비슷한 과목인 시를 전공했다. 그 전공으로 뭐 먹고 사겠냐는 가족들의 걱정은 졸업 후 첫 직장인 법무사 등기 사무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인터넷 발달은 과거 법무사 호황을 무색하게 만들어 하향세를 타다 결국 서른에 일을 그만두게 된다.


  뜻한 바가 있는 게 아닌 생업. 다시 전공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직을 하고, 먹고살기 위해 이직에 이직을 거쳐 인터넷에 끄적거리며 지금까지 왔다. 여전히 글은 쓰고 있으나 목표했던 작사가나 전공했던 시인도 아닌 그저 두 번째 스무 살도 지난, 블로그에 글을 끄적이고 있을 뿐이다.


  책 제목에 끌린다. '팔리는 작가'는커녕 내 책을 내본 적도 없다. 지인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함께 공부했던 후배들은 시인으로 등단해서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후배 동기들은 더 많다. 책을 좋아했고, 졸업 후 책을 더 많이 읽으며 언제부턴가 내 책을 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출판사 대표를 하는 친한 형과 갑을로 계약을 하기로 했으나 그 계약은 언제 성사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읽기 편하다. 날 것 같다. 남 얘기 같지 않은 얘기들에 공감대를 갖게 된다. 소설가 김애란에 대한 얘기(걱정 마시라 나는 동갑에 같은 학교는 아니나 문창과 나왔는데 이러고 있다)에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한다. 작가와 아버지와의 일화도 웃픈 내용이다.


  여전히 제도권 문화에 녹아들지 않은 이들이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나도 20대 중반부터 지겹게 들어온 말이다). 뭐 결국 결혼할 사람들은 아무 말 안 해도 때 되면 간다. 절대 안 할 것 같아도 가는 이들도 꽤 봤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서 결혼한다고 해도 지지고 볶고 사는 이들도 있는 반면 빠르게 다녀오는 이들도 요즘은 꽤 많다. 이무송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작가도 결혼하지 않을까?


  파트 1이 신세한탄 같은 작가의 삶이 보이는 글이라면 파트 2는 그동안 작가로 살아온 이의 기록이 있다. 특이한 이력을 지닌 작가. 내 학창 시절의 모습들이 떠오르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문창과 졸업 후 법무사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전공을 살리려 여의도 금산빌딩 한국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구성작가 과정을 수료했던 때도 있었다(내 돈 내고 배우려 하는데 면접도 봐야 했던 곳이다). 선생님께 칭찬을 아무리 받으면 뭐하나 결국 당시에도 나이가 많고, 남자라 자리가 없다는데... 당시 현업 방송작가를 하던 대학 동기들에게 그 이유를 듣고 자연스레 접게 됐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듯 여전히 서점에서 글쓰기 책 신간이 뭐가 나왔나 확인하는 그런 사람도 있음에 조금이나마 작가가 위안을 가졌으면 좋겠다.


  드렁큰 에디터라는 낯선 브랜드에서 나오는 '먼슬리 에세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책부터였다. 두 번째 나온 책은 내 욕망과도 통하는 바가 있어 운명처럼 만난 듯하다. "팔리지 않으면 어떠냐 그래도 작가인데..."라고 저자에게 말해주고 싶으나 나쁘지 않은 출세욕이라 건투를 빈다. 다만, 출세해도 초심을 잃지는 말기를 바란다.


  주위에 등단하고 좀 달라지는 선후배들을 본 기억이 나기에... 등단했다고 다 출세하는 게 아닌데 '난 너희와 급이 달라~'를 티 내는 이들이 꼴 보기 싫었고 그런 이들과는 연락도 안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도 여전히 전과 비슷한 관계를 유지하는 지인의 모습은 그래서 보기 좋다. 뭐 내가 대단한 이는 아니나 나처럼 책 읽는 이들이 없다면 작가로 출세할 수도 없고, 돈도 벌기 어려운 것 아닌가.


  부담 없이 들고 다니며 유쾌하게 읽고 많은 공감을 하게 된 책이었다. 책 뒷부분에 맛보기처럼 다음 나올 먼슬리에세이가 실린 것도 재미있는 구성이다. 이제는 기성 출판물이 독립출판물을 벤치마킹한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결국 글을 쓰는 이들은 모두 작가고, 독자와 작가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시대에 걸맞게 잘 기획된 시리즈였다.


  출세욕을 밉지 않게 날리는 저자의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라 전하며 나처럼 직업은 다르나 글쓰기에 미련 있는 이들이라면 꼭 일독하길 권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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