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나부 아키라 지음, 김옥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번역을 하기보다는 번역된 책을 읽는다. 과거 배우던 외국어들을 번역할 수준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가끔 커피 분야의 책들을 읽으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번역들이 있을 때는 출판사에 메일을 보낼 정도이긴 하다.

  내게 익숙한 용어라 해당 번역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특히 커피 분야에서는 bean을 원두로 번역하는데 사전상 그렇다 하더라도 문맥상 오해할 내용이 있다. 커피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감수를 맡기는 출판사는 그래도 그런 문제가 덜할 텐데 그 정도의 노력은 잘 하질 않는 듯하다. 사전적 의미를 근거로 번역이 틀릴 게 없다고 하지만 차라리 '커피'로 번역이 되는 게 나았을 내용의 책이었다. 뒷부분에 Green bean의 번역인 생두가 있었기에 더더욱 앞 부분의 번역 '원두'보다는 차라리 광의의 '커피'가 나았을 거란 생각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번역이 더 어려운 개념어들이 어떻게 번역어로 지금 자리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앞서 말했듯이 번역과 거리가 있기에 개념어를 접하는 게 가볍지는 않았다. 딱히 없는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생겨난 번역어가 어떤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를 잡았는지 보게 된다. 

  특히, 제목에 보이는 Freedom이 자유로 번역이 될 때의 내용은 의아하면서도 어린 시절 '자유'와 함께 배우던 '방종'을 떠올리게 됐다. '자유'가 부정적인 의미였다는 것은 본문을 읽으며 이해할 수 있었고, 어린 시절 '방종'과 함께 배웠기에 큰 혼란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앞서 내가 잘 알고 있는 커피 분야의 내용을 생각하면 책에서 접하는 번역들은 어려웠다. 없는 개념을 만들어야 했기에 번역어의 선택에 신중했다. 또 자리를 잡아가면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시기도 거쳤다.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번역어들 속에 '일본적'으로 변질되거나 가공된 서양 개념들이 담겨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제목만 보고 가볍게 접근하기에는 어렵고 무게가 있는 책이었다. 과거 출간된 제목이었다면 멋모르고 접근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책이었다. 제목을 다르게 했기에 만날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번역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나 개념어를 가까이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