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걷는사람 시인선 20
이소연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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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연히 재미있는 제목의 김은지 시인의 시집을 통해 접하게 된 걷는 사람 시인선. 그전까지 친한 동생인 프로메테우스 김승일 시인의 추천으로 아침달 시집들에 관심을 가졌다. 김은지 시인의 시집을 접한 후 출간되는 시집들이 괜찮아 관심을 두는 곳이다.


  표지 디자인도 독특하고, 그동안 접한 시집들이 해당 시인들의 두 번째 시집이라 기억에 더 남는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시인들의 두 번째 시집이 좋다는 기억이 영향력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소연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시집을 읽기 전 지인인 김승일 시인이 자신의 SNS에 올려 더 기대가 됐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된다. 처음 목차를 보며 연작시를 배우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연작시가 보인다. 1부의 '철'이 내가 생각하는 '철'인가했다. 현실은 원소기호 Fe의 속성들이 드러나 멋쩍었다. 협업을 위해 쓰인 '철' 연작시, 과거 졸업작품 발표회 때 극에 어울리게 시를 쓰던 게 떠올라 나미나 작가의 'Sun Cruises' 전시를 찾아보기도 했다.


  여전히 시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내게 정서로 다가오는 시들. 2부의 표제 시에서 시집 제목을 만난다. '밑'이라는 제목처럼 낮게 바닥으로 스며들 듯 깔리는 2부의 시.


  3부의 시들은 2부의 침잠에서 벗어나 분주하다. 1부와 다른 작업으로 협업된 'Angeles city' 연작. 처음에는 문 없는 저녁이 유독 길구나? 싶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좌, 우 페이지에 이어지는 작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행간이 묘하게 사이사이로 연결되는 게 기분 탓은 아니었다.

 

  4부의 시를 읽으며 인간 위주로 이어온 익숙한 삶이 불러온 문제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사람이 우선이지만 결국 내가 우선이고. 상생보다 약육강식이 답인 일상을 본다.


  시집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을 만난다. 그냥 외면하고 지나친 것들에 대한 미안함 같은 양심의 가책 같은 것들이 목에 걸리는 기분이다. 비밀일기를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의 시들이 돌아보게 만드는 시집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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