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을 제거하는 비책 - 위대한 역사를 만든 권력 투쟁의 기술
마수취안 지음, 정주은 외 옮김 / 보누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가 보기 싫을 때가 많다. 정쟁이라 하기에는 치졸한 비방과 몰아가기의 연속. 자신들의 잘못은 최대한 감추고 상대방의 작은 문제는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 정치일까? 더럽고 치사해서 꼴도 보기 싫은 이들을 보며 정치인들의 물갈이를 꿈꾼다. 이 책은 그런 작은 꿈을 꾸는 나를 유혹했다.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이라니 이리 노골적이어도 되는 건가? 옆 동네에서 제대로 일하지 않고 싸우기 바쁜 이들의 제거는 모르겠다. 다만, 내게 해를 끼치는 이들을 제거까진 아니더라도 방역 대책을 세워두자는 마음에 읽는다.


  책은 열두 가지의 비책으로 구성된다. '권력을 다루는 법'으로 시작해 '상대를 죄로 엮는 법'으로 끝나는데 비책들의 면면이 그리 달가운 내용은 아니다. 무측천 시절의 내준신이라는 자가 좋지 않은 의도로 지은 『나직경』이란 책이 원전이라 그런 듯싶다. 결국 그 또한 좋지 않게 생을 마무리했다고 하니 '모함으로 흥한 자 모함으로 망한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책의 구성은 각 비책에 『나직경』의 번역문과 원문으로 시작한다. 이후 해설이 이어지고, 그에 관한 사례로 온전히 그 뜻을 헤아리게 한다.


  읽는 동안 요즘의 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또, 업무와 관련해서도 사내 정치를 떠올리게 한다(꼭 사내 정치가 아니더라도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나 거래처의 비위를 맞추는 일, 인간관계의 많은 일들이 포함될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정치는 빠질 수 없는 것이며 자신의 이득에 눈이 멀어 얻은 것마저 다 잃는 순간들도 만나게 된다.


  언제까지 흥하고 지속될지 모르는 게 권력이며 왜 곁에서 자신을 돕는 이들을 생각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때가 오면 고생을 함께 나눈 이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능력과 올곧은 성격은 거슬리고 위협으로 느낀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매 비책마다 요점 정리로 마무리가 되기 때문에 본문의 내용을 되새겨 보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부분이다. 본문 전부를 다시 읽지 않더라도 해당 비책의 핵심 내용 통해 읽은 내용을 떠올리며 필요한 것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리말에 괜히 '독자의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것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독자 스스로 잘 걸러보길 바란다'라는 말이 있던 게 아니다. 하지만 책의 성격상 정적을 제거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상황이니 불편한 내용들이 많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불편한 내용이 많지만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내용들도 많이 보인다. 그동안의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니 그때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상상해본다. 가족 간에서도 이해 타실이 생기는데 하물며 타인에게는 더더욱 강하지 않을까? 표현하지 않는 '내 마음과 같겠지(내 마음 알겠지)'라는 생각은 상대방과 평행선을 걷게 되는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좋지 않은 의도로 만들어졌겠으나 쓰이기 나름인 책이라 생각한다.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이지만 '대비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줄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