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8쇄를 찍었다. 출판 불황의 시기에서 8쇄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정하 시인이기에 가능했을까?

  이 책은 시인의 시에 산문이 따른다. 이정하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읽고 싶을 책이다. 시와 산문 사이사이 페이지를 넘나들며 시와 산문과 관련된 이미지와 여백이 그 감수성의 파장을 키운다. 이미 알고 있던 시인의 시는 물론 처음 접하는 시인의 시, 그리고 그에 대한 산문을 읽는 게 자연스럽다. 너무 자연스러워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질투인가? 책에서 만나는 글들은 가슴으로 날아오는 돌직구였기에 머리로 읽는 내게 불편함을 준 것인지도 모른다.

  글을 처음 쓰던 때 '있어 보이게' 쓰고 싶었다. 걷기도 전에 뛰려고 했던 시기, 가슴보다는 머리로 쓰는 글이었다. 가슴으로 쓰는 글은 나쁘다고 했지만 무엇이 좋고 나쁜지도 모르는 때였다.

  책에서 만나는 시는 가슴에서 태어나 가슴으로 가닿는 글들이다. 아쉬운 것은 책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가 빠져 있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 블로그에도 일부 구절을 손글씨로 적어 남겨놓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새벽에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수성이 폭발해서 내가 내가 아닌 시간의 기록이 남겨질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읽게 되면 손이 오그라드는 그런... 하지만 그런 글도 내 글이다. 차가운 가슴 보다 오그라들어도 뜨거운 가슴을 갖는 일도 괜찮지 않을까?

  이정하 시인의 감성적인 글들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개인적으로는 바쁜 일상에 지쳐 책 읽을 시간조차 없다는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책에서 만나는 시와 산문에 이어지는 이미지와 여백을 통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나도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었음을 상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시간을 돌아보며 잠시 나를 비우고 누군가에게 곁을 내줄 수 있는 그런 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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