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 보니 나도 세일링 요트 조종을 하고 있다. 전공과 관련된 일을 따지면 그나마 마케팅 회사에서 글을 쓰던 때가 유일한 것 같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좀 다른 의미의 글을 쓰던 거였긴 했으나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비해서는 가장 내 전공을 살린 일이었다.


  전공의 첫 접근은 작사가를 생각하고 들어갔으나 결국 가장 비슷하며 가르쳐 주는 장르 시를 택해 쓰다 졸업했다. 그렇다고 등단을 한 것은 아니다. 결국 졸업 후 전혀 다른 일들을 하면서 시를 쓰지 않게 되었고, 시집도 잘 읽지 않았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그래서 제목부터 와닿았다. 그 후 정재찬 교수의 책에 관심을 가졌다.

  이번 책의 제목은 조금은 무겁다. '인생'이라는 단어... 하지만 그 무게감은 결국 누구나 마주하고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지난해부터 다시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다시 조금씩 습작을 해오다 멈춤 상태에 있었다. 코로나19로 일도 끊겨 집에만 있고 그동안 쓰지 않던 시에 대한 미안함에 책이 더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일곱 가지 주제의 총 열네 가지의 인생 여정에 관한 강의를 담고 있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처음부터 '밥벌이'가 나오는 것은 지금 내 상황을 더욱 생각하게 한다. 첫 강의 제목도 '생업'이다. 2월부터 바쁘기로 예정이 되었는데 코로나19로 전면 취소. 정규직이라 할 수 없는 일에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들 운항으로 이제 안정이 되려나? 싶던 때라 실망이 크다. 일은 없는데 어김없이 돌아오는 카드 납부일이 다가와 비상금을 끌어다 겨우 채운다. 강의 속 나오는 「비정규」라는 시의 주인공보다는 넓은 집에서 살고 있으나 내 나이에 비해 제대로 갖춘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 한숨만 나온다. 빨리 코로나19가 잡혀 이 시기가 지나가고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를... 예정됐던 일이 다시 이어질지 미정인 지금 내 먹고사는 일도 서러워진다. 이어지는 강의 '노동'에서는 끝부분에 나오는 이 문장이 와닿는다.

모든 것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것, 
어차피 일도 인생이고 삶도 인생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p.59)

  '돌봄'에서는 부모님과 돌봄을 주고받는 게 아니겠냐는 글과 함께 시작한다. 미혼이라 '아이'는 조카들을 잠깐씩 봐주는 것 외에는 제대로 돌보진 않았기에 할 말은 없지만 내가 아이의 입장에서 읽고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쌍방의 입장을 간접 경험으로 알아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는데 먹먹해지는 내용의 노랫말이었다. '부모'의 내용은 지금 현재 내가 살아가며 겪는 일상이 많이 겹쳐지며 더 와닿는다. 부디 제 덕을 보실 때까지 건강하시길...

  '건강'에서는 '몸'과 '마음'이 나오는데 자칭 '환자 어벤저스'라는 내 지인들과 내가 떠오른다. 건강이 그리 좋지는 않은 우리, 그렇다고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 그저 핵심 질환 이력과 꾸준히 병을 달고 사는 이들이다. 이 두 강의에서 나오는 내용을 봐도 그렇게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유병장수의 시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도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배움'장에서는 '교육'과 '공부'의 강의가 나오는데 이 장에서는 각 강의별로 와닿는 문장을 적어본다. 이 두 문장이 이유처럼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한 계기와 공부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를 되새기는 문장이었다.

공부를 잘하게 하기보다 공부를 좋아하게 하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p.180)
우리의 삶은 끝이 있지만 앎의 세계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p.201)

  '사랑'은 아직도 내겐 숙제다. 짝사랑과 첫사랑은 이미 겪어 본 것들이라 넘길 수 있으나 제도화된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을 보자면 숙제가 맞을 것이다. '열애'에서 나오는 노랫말과 시가 익숙한 것은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 노랫말과 시가 내게 익숙한 것은 내게도 사랑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시 떠나가는 반복의 연속이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는 모르나 그렇게 살아간다. '동행'으로서 함께하는 '사랑'을 제대로 경험하진 못했으나 본문에 나오는 시와 저자의 글을 통해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이해하게 된다. 내 동반자를 찾고 싶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시기를 보내기에 그때를 위한 준비의 시간들이다. 그 동행의 시기와 모습은 어떨지 모르나 아직까지 '부부의 동행'에 동경의 마음은 살아 있다.

  '관계'에 나오는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두 가지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기에 어느 한쪽으로 기울긴 어렵다. 내게 있는 두 가지 성격의 모습일 뿐. 인사이더로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는 반면 아웃사이더로 나만의 길을 걷고 세상을 바꾸는 꿈을 품는다.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돌아갈 때 나는 얼마나 변할 것이고, 세상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소유'라는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 방에 다시 채워지는 책들이 그렇다. 나눔 하는 책의 양보다 들어오는 책의 양이 더 많기에 책탑은 쌓여간다. 책 욕심은 왜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지. 그렇다고 E북으로는 책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다. 가시적인 효과가 있어 '돈은 못 벌지만 책은 있지 않은가?'라는 위로를 하게 된다. '가진 것'에서 저자도 책을 잘 버리지 못한다는데 저자의 이유와는 조금 다른 이유기도 하다. 요즘은 그래서 나눔 외에도 책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으나 쌓이는 속도를 따르기에는 아직 멀었다. '잃은 것'에서는 버킷리스트의 유래, 애도와 멜랑콜리에 대해 알게 된다. 부정하고 싶지만 언제고 다가올 그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잃기 전에 행해야 하는 것들... 지난해 연락하지 못했던 은사님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들은 일이 떠오른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통해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모습으로 죽음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죽음을 잊지 말자. 메멘토 모리!

  책을 읽으며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시에 녹아 있는 인생을 만난다. 단순히 읽었다고 하기보다는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과 나만 힘든 것 같은 이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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