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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시집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2월
평점 :
작년에 나태주 시인의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집을 만난 게 오래되지 않았다. 기념 산문집이 나왔는데 기념 시집은 나오지 않을까 궁금했었는데 동일한 판형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결국 나왔다. 산문집의 제목이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이었는데 시인답게 시집 제목은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였다. 50년간 41권의 창작시집을 발간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시와 함께하는 시간이 여행이라는 의미로 다가오는 제목이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오랜 시간 꾸준히 시집을 발간한 것이 대단하다. 시인이 시집을 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아직 자신의 시집을 내지 못한 시인들도 알고 있기에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안다. 또, 시인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시가 있다는 것도 특별하다. 자신의 대표작을 독자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시인들도 분명 많은데 시인의 「풀꽃 1」를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라 생각된다. 시도 길지 않고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마지막의 '너도 그렇다'라는 시구는 정말 함축된 강렬한 울림을 주는 절창이었다.
시집을 읽으며 왜 시인이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다. 대표작 외에도 많은 시가 독자들이 읽고 싶게 만든다. 긴 호흡 보다 짧은 호흡으로 여백의 울림을 주는 시들이 많이 보였고 어렵게 읽히지 않았다. 삶을 녹였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요즘 많이 보게 되는 산문 형태의 시를 만나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등단을 목표로 시를 공부하면서 울림보다 시스템에 맞는 시를 쓰려고 했던 것 같다. 한동안 시를 쓰지 않다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 50년간 시를 써온 시인의 시집이 20년 전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던 때의 초심을 깨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생각난다. 시를 잠깐 쓰고 끝낼 게 아니라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함을 깨운다. 여전히 시는 어렵지만 그렇기에 쓰고 싶다. 노랫말을 쓰고 싶어 하다 시를 쓰게 됐지만 이제는 내 한 부분이다. 제목의 '너'를 '시'로 해석하게 된 것도 그런 영향 때문이다.
50년간 꾸준히 시를 써온 시인.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도 시를 읽게 만든 시인의 시. 앞으로도 시인의 인생은 여행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울림을 주는 시, 어렵지 않은 시, 읽고 싶은 시를 찾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