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성철 1 -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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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3부작이라고 부리는 <관상><궁합><명당>을 쓴 작가 백금남의 신작 <소설 성철>은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명언을 남긴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극화한 작품입니다. 앞서 언급한 세 편이 모두 영화화가 되었을정도로 백금남 작가의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 돌아가신 성철 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티비로 본 기억이 나는데 충격적이면서도 숭고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 그런 감정이 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장좌불와였는데 일반인은 감히 생각도 못 할 수행을 8년 동안이나 하셨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성철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성철이라는 법명을 받기 전 영주라는 이름의 한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이 됩니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만나 지역의 원주 스님을 통해 불교에 빠지게 됩니다. 성인이 된 후 첫째 딸아이를 낳고 둘째를 임신중 출가를 마음 먹게 되고요.

혼침이라는 것을 겪은 영주는 파계한 관섭스님을 찾아가 그의 스승인 경허 스님도 겪었던 혼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물으러 찾아갑니다. 경허 스님은 고기를 먹어서 관섭 스님이 항상 고기를 구하러 다녔고 마지막엔 병에 걸린 여자를 안고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미 자신의 정신이 온전치가 않은 상황인겁니다.

이런 고행을 겪은 끝에 해인사의 용성스님을 거쳐 백련암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수행, 그 자체라는 '화두'에 대해 탐닉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가장 핵심일 것 같습니다. 그 화두가 모든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예전에 티비에서 서양의 스님에게 '화두'에 대해서 물으니 그 분은 '나는 누구인가?'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성철 스님과 동산 스님과의 갈등이 이 소설의 가장 스펙터클(?)한 부분인데 서로의 생각의 차이점을 스승인 동산스님에게 계속 설파를 합니다. 책을 통해 부처마음을 헤아리려는 교승의 자세의 성철과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승의 자세인 동산 스님은 성철이 무언가를 깨치기 위해 여러가지를 지시하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탁발이었는데 어렵게 가지고 온 음식을 다시 돌려주라고 하는데에서 또 큰 갈등이 생깁니다. 결국 성철은 동산 스님의 뜻을 알게 됩니다.

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성철 스님의 유년, 청년기는 반항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소설 속 반복되는 어구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인데 성철 스님에게 딱 맞는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 불교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은 성철 스님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 너무 반가웠고 백금남 작가님의 다른 불교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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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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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이자 작가인 리즈 무어의 소설 <길고 빛나는 강>은 미국 북동부의 대도시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입니다. 필라델피아라는 도시는 영화 <록키>로 유명하고 독립선언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스포츠의 열기가 가득한 도시이기도 하고요.

작가 리즈 무어는 밝은 필라델피아의 모습이 아니라 뉴욕으로 따지면 할렘지역인 켄징턴애비뉴, 즉 24구역을 담당하는 경찰관 미키 피츠패트릭이 주인공이자 화자로 삼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미키에겐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케이시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은 경찰관인 반면에 케이시는 마약 중독에 매춘까지 하고 있습니다. 수 년전부터 관계를 끊었던 와중 두 여성의 살인 사건을 보고 케이시를 수소문 하기 시작합니다.

<길고 빛나는 강>은 작가의 취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필라델피아를 직접 가 본적은 없지만 그 도시의 묘사와 경찰로서의 디테일한 묘사까지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안 될 디테일까지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거리의 여성을 묘사하는 부분은 얼마 전에 보았던 파졸리니의 <아카토네>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그 곳에서도 전혀 어울리지 않은 장소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길고 빛나는 강>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이 시간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고 공간은 제약적으로 설정함으로서 독자에게 색다른 상상력을 제공하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취재 덕분인지 사건의 리얼함에서 오는 긴장감도 좋았고요.

이미 버락 오바마가 추천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라 더 이상의 추천이 의미가 없을수도 있겠지만 뉴욕, 시카고 배경의 작품이 아니라 필라델피아(필리)의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색다른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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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황홀경과 광기를 동반한 드라큘라의 키스
브램 스토커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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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영화로 먼저 만났던 <드라큘라>는 감독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고 드라큘라 자체를 악한으로만 묘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는 멜로적인면이 강조된 작품이었습니다. 게리 올드만이 드라큘라였던 그가 사랑했던 연인인 미나역을 위노나 라이더, 그리고 전체적인 화자인 조나단을 키아누 리브스가 맡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책으로 돌아오면 조나단이 드라큘라 백작의 성으로 가게 됩니다. 행인들에게 경고와 동시에 마늘, 십자가 등을 챙기지만 결국 그는 성에 갇히고 맙니다. 그리고 조나단은 연인은 미나와의 연락도 끊기게 되고요.

영화를 본 적이 오래되어서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했지만 영화와 책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코폴라의 영화를 본 당시에도 이전 드라큘라 영화와는 다르다고 홍보를 했기때문에 아마도 그 이전의 작품들은 이 원작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큘라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남성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악한의 이미지가 좀 더 느껴진다고 할까요



여러 매체를 통해 이야기는 친숙했지만 구성이 새롭게 다가온 소설이었습니다. 날짜가 표시된 일기, 편지, 신문기사 등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런 구성의 장점은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리얼한 느낌을 준다것에 있습니다. 잘 만든 좀비영화들을 보면 실제 좀비가 있을것 같은 구성을 잘 보여준것처럼 이 작품도 그 괘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은 이 작품이 여전히 사랑받는 것은 유럽의 고딕 양식에서 오는 그 공포감이 여전히 유니크하게 느껴지고 흡혈이라는 독보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드라큘라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꼭 관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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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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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전후세대 작가들의 책들을 몇 권 읽었는데 인상 깊었던 소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특유에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50,60년대 일본영화를 좋아하는 성향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암튼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출생에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6명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대부분 요절했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소설집 제목이 단편집임과 동시에 작가들의 짧은 삶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목차가 대략 출생순으로 되어있고 대부분 아주 짧은 단편인데 모두다 시와 같은 묘사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래도 작년에 <인간실격>을 읽어서 그런지 가장 인상 깊었던 작가는 다자이 오사무의 두 단편이었습니다. <벚나무와 마술 피리>는 여성 화자라는 것이 독특합니다. 남성 작가가 쓴 여성화자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화자가 두 명이라는 것도 구성적인 측면에서 독특했습니다. 아픈 여동생에게 그녀의 연인의 편지를 읽어주는데 곧 세상을 떠난 동생을 위해 언니는 이별을 고하는 연인의 글 대신 거짓으로 자신이 쓴 글을 읽어줍니다. 이미 알고 있는 동생도 그 언니의 마음을 헤아려주고요. 이 상황 자체의 시작은 노부인의 회상으로 시작됩니다. 그 노부인이 바로 언니이고요. 액자식 구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의 사회 상황을 고려한 단편으로 보입니다.

<앵두>라는 작품에서는 인상 깊은 한 문장으로 시작과 끝을 맺습니다. '부모가 자식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싶다'라는 문장입니다. '생각하고 싶다'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다'라는 말을 쓴 거 같은데 전후시대에 가부장적인 문화권에서의 아버지의 열패감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일본에선 작가의 이름을 딴 가장 유명한 상 중에 하나가 바로 '아쿠타가와'상 일 것입니다. 그 이름만 들어보고 실제로 그의 글은 이 소설집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역시나 35세의 짧은 삶을 살았습니다.

<밀감>이라는 단편은 한 남자의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인데요. 기차를 타고 이동 중인 한 남자가 삶의 권태에 빠져 있는데 한 소녀의 순수한 어떤 행동으로 인해 그 권태가 잠시 나마 사라진다는 내용입니다. 기차 안 풍경과 창문을 열고 배웅하는 동생에게 밀감을 던져주는 언니의 모습이 너무나 순수하게 표현된 작품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경우, 두 중학생 친구가 주인공인데 수학여행을 위해 기차역으로 보인 학생들 사이로 차림이 누추한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노세'라는 학생이 그를 '런던거지'라고 칭하면 친구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그러나 그는 다름아닌 자신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이 아프기 전까지 소통이 없던 아버지가 아이의 즐거운 모습을 이제서라도 보기 위해 나타난 것입니다.

화자로 등장한 중학생이 세상을 떠난 노세의 장례식에서 '그는 효자'였다고 아버지 앞에서 일부러 말하는데 뭔가 애처롭고 가슴이 찡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국>의 첫 문장이자 가장 유명한 명문장인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와 같은 인상적인 문구처럼 이 단편들에서도 장편에서 볼 수 없는 함축적이고 인상 깊은 묘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편에서 느낄 수 없는 단편만의 정서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단편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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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 박여명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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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의 다큐멘터리를 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편하다는 이유로 수도 없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것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지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숲, 다시 보기를 권함>은 인간이 저질러 놓은 문제를 이제라도 해결하자는 의미보다 자연을 그대로 두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을 위해 무언가 인간이 해야한다는 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애초에 잘못된 발상입니다. 자연은 인간 이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작가 페터 볼레벤은 산림 경영 전문가입니다. 어릴때부터 환경운동가를 꿈꿨다고 하는데 23살에 공무원이 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했지만 여러가지 이해관계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습니다. 해당 시장의 권유로 자체적인 숲 운영을 시작하고 조금씩 자신의 계획대로 산림을 경영해나갑니다.



작가는 수 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경험함에도 새로운 문제에 놓이게 됩니다. 그것이 자연 자체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지막 장을 통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다'라고 합니다. 많은 분야에서 절망과 희망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희망이 절망을 이기다는 뜻인거 같습니다. 결국 인간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고 그것이 최선인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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