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보여행 50 -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이영철 지음 / SISO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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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번째 도보 여행서를 펴낸 작가 이영철이 지은 <세계 도보여행 50>은 다섯 대륙에 걸친 걷기 좋은 코스를 안내하고 있는 책이자 그 속에 담긴 역사의 흐름까지 말하주고 있는 책입니다. 3개의 챕터를 통해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미, 남미, 유럽까지 50개의 코스를 그림이 그려지는 문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러개의 코스를 안내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바로 티베트입니다. 모택동 시절이후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 이유로 더불어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정부까지 만든 것까지 설명해주고 있는 챕터입니다. 아무래도 티베트쪽 코스는 종교색이 짙은 지역이라 스페인의 순례길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와 같은 순례 행렬을 오체투지로 행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산티아고의 어원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정보인데 흥미로웠습니다. 남미 사람들 중 흔한 이름이 아고 티아고(야고코)일텐데 산 티아고가 바로 SAINT(성) TIAGO(티아고), 그러니까 예수 제자 중 최초의 순교자인 야고보의 유해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길이 바로 스페인의 순례길입니다.



한편 중국의 공산화로 50년간 유럽세계로 단절된 티베트의 모습에서 너무 관광지화 된 것에 대한 작가의 아쉬움도 남겨져 있습니다. 최대한 티베트 전통의 색을 빼려고 중국 정부가 노력한 탓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힐튼이라는 작가가 쓴<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책을 통해 서방 세계의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이 곳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장례 문화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충격적인데요. 마틴 스콜세지의 <쿤둔>이라는 영화에서도 묘사되었다고 하는데 시신을 분쇄한 후 독수리의 먹이로 주었다고 합니다. 근데 이는 하늘의 지배자이자 가장 높이 나는 새인 독수리가 그 시신을 먹음으로써 하늘에 닿는 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를 '천장'이라고 칭하고요.



국내에도 제주도를 제외한 동해안의 길이나 뉴질랜드의 <반지의 제왕>을 찍었던 트래킹 코스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직접 도보 여행은 떠나지 못하지만 그 날을 꿈꾸며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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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다 - 손수호 변호사의 '진짜' 변호사 이야기
손수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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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호 변호사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라디오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수년전 <이주연의 영화음악>에서 매주 게스트로 나와 영화 속 법률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몰랐던 내용들을 특히나 영화와 함께 들으니 잘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작년부터 들었던 팟캐스트 <주책남들>에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색다른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가 주책남들에서 유행어처럼 말한게 바로 '사람이 싫다'였습니다. 역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인데 꼭 그렇지도 않은것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진짜' 사람이 싫어진 경우가 엄청 많아 그렇게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더라고요.



그 말이 현실이 되어 책으로 나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경험했던 사건들과 더불어 변호사로서의 삶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소개했던 이야기들을 함께 묶어 지은 책이 바로 <사람이 싫다>입니다. 강한 소재도 있고 그러지 않은 소재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건 오히려 생활인 '변호사'였습니다. 1호 변호사가 생긴지 이제 100년이 갓넘은 상황에 우리나라의 현재 변호사수는 3만명을 육박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거겠죠.

이를 잘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바로 브로커와 관련된 '브로커는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였습니다. 시청 근처 햄버거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앉아 있는 노인을 유심히 봤던 손수호 변호사는 좀 놀랐다고 합니다. 그 노인 앞에 마치 한 명씩 몇 분 앉아있다 가는데 그게 부동산 상담을 해주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점은 마치 무료 상담소가 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소제목을 저렇게 단 것도 있겠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인 변호사 브로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좀 놀랐습니다.



손수호 변호사는 여기서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변호사를 의뢰인이 더 좋아하는데 자신은 전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변호사 초반에 엄청 고민에 빠집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게 최선을 다 해 보이기때문이죠. 자신이 그런 성향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게 재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결국 냉정하게 재판을 준비합니다.

브로커를 통한 변호사들의 특기가 바로 감정에 호소하는 재판이라고 하더라고요. 전혀 재판 준비는 하지 않고 감정에 호소라도 하면 최선을 다 해 보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재판을 지게 되면 의뢰인의 손을 붙잡고 죄송하다며 연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의뢰인 입장에서도 뭐라 할 수도 없죠.



이 책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제목을 차용해 쓰고 있습니다. 아비정전,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순으로 진행되는데 각 소제목에 맞는 에피소드들이라 좀 더 흥미로웠습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 같은데 두 번째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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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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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작까지 오른 공포 소설집입니다. 특히나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이라 조금 낯설줄 알았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소설집의 작가인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인데 이 소설의 대부분이 이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고 주인공들도 대부분 여성과 소녀들이 맡고 있습니다.



12편의 공포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에서 개인적으로 세 작품정도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가장 먼저 첫 장을 장식했던 <땅에서 파낸 앙헬리타>입니다. 묘한 분위기를 잡는 작품인데 2000년대 이후 영화 콘텐츠나 그 이전 남미 문학에서 많이 언급되었던 마술적 리얼리즘의 성격을 띄고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강인한 제목에서 오는 공포스럽고 환상적인 느낌도 있지만 소설 속 화자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묘한 정서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소설집과 동명 타이틀인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였습니다. 이 소설의 시작은 불나비와 나방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말합니다. 둘 다 불에 뛰어드는데 그나마 불나비가 덜 징그럽다는 다소 이상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침대에서 담뱃불로 나비를 죽으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도 역시 어떤 주제라고 말하기 힘든 판타지적인 묘사를 대부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시적표현들도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마지막 장이었던 <죽은자들과 이야기 하던 때>였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위저 보드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특히 위저 보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어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다른 작품에 비해서 더 잘 되더라고요. 일명 피노키아라는 소녀의 집에서 폴라카,마라 자매와 같이 이 게임을 즐기게 되는데 갑자기 등장한 피노키아의 오빠의 정체가 이 단편의 긴장감을 크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와 비슷한 아르헨티나의 역사인 70년대 군부독재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좀 더 잘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공포소설집은 처음 읽어보는데 작품의 편차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장르물로선 맘에 드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마지막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충분히 괜찮은 이야기인 거 같고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다른 작품들은 또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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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강사 윤지원과 함께 하는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
윤지원 지음 / 성안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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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작가가 지은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은 영화 속 주인공에 '나'를 대입시켜 보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자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는 계기가 되는 책입니다. 각 장은 하나의 영화의 소개로 시작해 그 영화 속의 캐릭터와 이야기, 그리고 이를 토대로 우리 인생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도 엿볼수 있습니다.



17편의 영화가 소개되는데요. 전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아마도 작가님도 그러한 거 같은데 애니메이션 챕터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6편의 애니메이션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전 지브리 스튜디오의 3편의 영화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거장의 동일한 감독의 작품이라 영화 속의 캐릭터뿐 아니라 연출자로서의 성장 혹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생각이 달라지는 부분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가장 마지막 작품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선 '이름'이란 소재가 중요하게 쓰입니다. '센'이 우리말로 숫자 '천'의 뜻으로 치히로가 간 세계에서의 그녀는 'one of them'으로 규정지어 버립니다. 하지만 실제 센은 자신의 독창적인 캐릭터로 가오나시 등을 놀라게 합니다. 그에 반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은 자유자재로 여러가지 이름을 쓰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세월에 대한 고찰은 감독 스스로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선 독립적인 삶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그 이후 작품들에선 좀 더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고찰이 좀 더 절실해진다고 할까요?



그리고 또 인상 깊은 챕터는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입니다. 특히 숀 펜이 벤 스틸러의 모습을 찍은 마지막 사진은 21세기 영화 중 명장면으로 뽑혀도 손색이 없을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안 새로운 사실은 극 중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 가사 중 등장인물인 '톰'이 벤 스틸러 캐릭터와 동일시 되면서 본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영화가 좀 더 풍성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영화의 가치이기도 한 말 그대로의 '상상'과 '현실'.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선 건 하루를 온전히 열심히 살아가는 '일상'의 중요성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연출자이기도 한 벤 스틸러는 자신의 일에 몰두 하는 한 개인의 모습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기 전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을 은유하는 라이프지의 표지로 선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이 실용성도 있다고 느낀 것은 각 챕터 마지막에 이런 질문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읽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려본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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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어도, 예스
메리 베스 킨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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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베스킨의 장편 소설 <다시 물어도, 예스>는 1973년 7월을 시작으로 해서 40년간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첫 두 장은 이 두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이름을 따고 있습니다. 첫 장은 뉴욕의 외곽지역인 길럼이고 두 번째 장은 조금은 익숙한 퀸스라는 곳입니다. 3,4장은 두 가족의 상황을 고려한 제목인 두 사람과 재회입니다.



뉴욕의 경찰인 프랜시스와 브라이언은 집을 구하려다 길럼이라는 지역을 알아내고 우연치 않게 이웃이 됩니다. 길지 않지만 둘은 가까이서 경찰 생활을 해온 탓에 나쁘지 않다고 여깁니다. 프랜시스는 아내 레나와 세 딸인 내털리, 사라 그리고 케이트와 함께 살고 있고 브라이언은 역시 아내 앤과 곧 태어날 피터와 함께 삽니다. 레나는 나중에 이사 온 앤을 위해 여러가지 정보와 지원을 주려고 하지만 앤은 극구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레나는 허무함과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는 마음 상태이고 앤은 정신적인 문제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조금씩 흘러 레나의 막내딸인 케이트와 앤의 아들인 피터는 절친이 됩니다. 아직 우리나라 나이로 초등학생인 시절 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벌어지게 됩니다. 푸드 킹이라는 곳에서 앤은 엄청난 소란을 피우게 되고 이 소문은 마을 전체로 퍼지게 됩니다. 이렇게 소문이 퍼지면서 앤은 더욱 더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심지어 프랜시스를 총으로 쏘게 되는 일마저 생기고 프랜시스는 한 쪽 눈을 실명하기까지 합니다. 더 이상 두 가족은 봉합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생기게 되는 거죠.

케이트와 피터는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기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더 이상 서로 마음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물리적 거리를 두게 됩니다. 그리고 앤은 치료의 목적으로 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또 다시 시간은 흘러 케이트와 피터는 대학에 가게 됩니다.



피터는 체육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그가 22살이 되던 해, 앤은 피터 몰래 아들을 찾기 위해 탐정까지 고용하기도 합니다. 그녀가 아들에게 퍼붓었던 말들과 폭력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일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일지 책으로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0년 이라는 긴 시간을 다룬 이 작품은 두 가족의 갈등과 이루어지기 힘든 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앤의 캐릭터에 많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녀가 왜 그런 삶을 살아왔을지에 대한 분노보다는 걱정이 되었고 그녀의 남편 브라이언에 대한 아쉬움이 오히려 더 컸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는 프랜시스의 삶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사건의 크기가 엄청난 작품이지만 그 사건 자체보다도 이후에 벌어지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훨씬 더 큰 작품입니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져도 충분히 볼만한 이미지가 많을 것 같은데 과연 어떤 매체로 이 콘텐츠가 또 재생산 될지 벌써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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