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다 - 손수호 변호사의 '진짜' 변호사 이야기
손수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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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수호 변호사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라디오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수년전 <이주연의 영화음악>에서 매주 게스트로 나와 영화 속 법률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몰랐던 내용들을 특히나 영화와 함께 들으니 잘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작년부터 들었던 팟캐스트 <주책남들>에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색다른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가 주책남들에서 유행어처럼 말한게 바로 '사람이 싫다'였습니다. 역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것인데 꼭 그렇지도 않은것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진짜' 사람이 싫어진 경우가 엄청 많아 그렇게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더라고요.



그 말이 현실이 되어 책으로 나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경험했던 사건들과 더불어 변호사로서의 삶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소개했던 이야기들을 함께 묶어 지은 책이 바로 <사람이 싫다>입니다. 강한 소재도 있고 그러지 않은 소재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건 오히려 생활인 '변호사'였습니다. 1호 변호사가 생긴지 이제 100년이 갓넘은 상황에 우리나라의 현재 변호사수는 3만명을 육박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거겠죠.

이를 잘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바로 브로커와 관련된 '브로커는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였습니다. 시청 근처 햄버거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앉아 있는 노인을 유심히 봤던 손수호 변호사는 좀 놀랐다고 합니다. 그 노인 앞에 마치 한 명씩 몇 분 앉아있다 가는데 그게 부동산 상담을 해주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점은 마치 무료 상담소가 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소제목을 저렇게 단 것도 있겠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인 변호사 브로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좀 놀랐습니다.



손수호 변호사는 여기서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변호사를 의뢰인이 더 좋아하는데 자신은 전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변호사 초반에 엄청 고민에 빠집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게 최선을 다 해 보이기때문이죠. 자신이 그런 성향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게 재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결국 냉정하게 재판을 준비합니다.

브로커를 통한 변호사들의 특기가 바로 감정에 호소하는 재판이라고 하더라고요. 전혀 재판 준비는 하지 않고 감정에 호소라도 하면 최선을 다 해 보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재판을 지게 되면 의뢰인의 손을 붙잡고 죄송하다며 연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의뢰인 입장에서도 뭐라 할 수도 없죠.



이 책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제목을 차용해 쓰고 있습니다. 아비정전, 타락천사, 중경삼림, 화양연화 순으로 진행되는데 각 소제목에 맞는 에피소드들이라 좀 더 흥미로웠습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을 것 같은데 두 번째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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