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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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작까지 오른 공포 소설집입니다. 특히나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이라 조금 낯설줄 알았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소설집의 작가인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인데 이 소설의 대부분이 이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고 주인공들도 대부분 여성과 소녀들이 맡고 있습니다.



12편의 공포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에서 개인적으로 세 작품정도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가장 먼저 첫 장을 장식했던 <땅에서 파낸 앙헬리타>입니다. 묘한 분위기를 잡는 작품인데 2000년대 이후 영화 콘텐츠나 그 이전 남미 문학에서 많이 언급되었던 마술적 리얼리즘의 성격을 띄고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강인한 제목에서 오는 공포스럽고 환상적인 느낌도 있지만 소설 속 화자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묘한 정서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소설집과 동명 타이틀인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였습니다. 이 소설의 시작은 불나비와 나방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말합니다. 둘 다 불에 뛰어드는데 그나마 불나비가 덜 징그럽다는 다소 이상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침대에서 담뱃불로 나비를 죽으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도 역시 어떤 주제라고 말하기 힘든 판타지적인 묘사를 대부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시적표현들도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마지막 장이었던 <죽은자들과 이야기 하던 때>였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위저 보드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특히 위저 보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어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다른 작품에 비해서 더 잘 되더라고요. 일명 피노키아라는 소녀의 집에서 폴라카,마라 자매와 같이 이 게임을 즐기게 되는데 갑자기 등장한 피노키아의 오빠의 정체가 이 단편의 긴장감을 크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와 비슷한 아르헨티나의 역사인 70년대 군부독재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좀 더 잘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공포소설집은 처음 읽어보는데 작품의 편차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장르물로선 맘에 드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마지막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충분히 괜찮은 이야기인 거 같고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다른 작품들은 또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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