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해 보면 이것과 저것의 거리를 알 수 있고, 거리를 알면 만물의 생김새를 알 수 있습니다.

“세상 이치가 측량이 가능한 사물로만 드러나지는 않으니까요. 사사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너는 이제 사물을 측량하는 기술은 익혔으니 앞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것을 잘 보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이제 측량은 적당껏 해라, 라고 하셨어요.”

하루살이 (하) | 미야베 미유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측정해 보면 이것과 저것의 거리를 알 수 있고, 거리를 알면 만물의 생김새를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도매상 주인 내외처럼 어긋나지 말고 온전한 부부의 연을 맺었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 일이란 대개 그렇게 되게 마련이니까요."

"그래. 도신 동네에 사는 도신들은 모두 친척지간처럼 사이가 좋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나야 애초에 꼼짝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질색이거든."

이런 말머리에 어울리게 맞장구치기란 쉽지 않다. 고헤이지처럼 뭐든지 ‘우헤’로 일관하는 것이 의외로 똑똑한 짓인지도 모르겠다고 헤이시로는 생각했다.

"그냥 때려 맞힌 거다. 거리를 다니는 큰 수레 중에 과적하지 않은 수레가 어디 있겠니. 보나마나지."

맛난 음식 때문일까. 맛난 것을 먹는 기쁨이 그 어떤 이론보다, 그 어떤 세상 규칙보다도 사물을 더 제대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아오이를 해친 범인도 지금쯤 어디선가 이렇게 밥을 먹고 있겠지. 맛있는 밥, 따뜻한 밥, 풍성해서 기분 좋은 밥을.

배불리 먹고 난 후 만족스러웠던 트림이 도중에 뚝 그쳤다.

유미노스케가 또 담요를 적신 것이다. 오줌에 젖은 담요는 마치 거대한 혀를 길게 빼고 유미노스케에게 메롱을 하는 것처럼 빨랫줄에 축 늘어져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키치가 우는 모습을 헤이시로는 처음 본다.

내놓고 우는 것은 아니었다. 눈물도 겨우 세 방울이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황망히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더니 두 손을 다다미에 짚고 납죽 엎드렸다.

접시로 손을 뻗어 양갱 한 조각을 집어 입안에 던져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참 달구나. 너도 먹어라."

"얘야, 유미노스케."

"예, 이모부."

"담요는 다 말랐니?"

도신 마을에 있는 집의 아담한 정원에서 가을벌레들이 찌르르르 울었다. 벌레 소리에 이끌린 듯 밤바람이 스르륵 숨어든다.

헤이시로에게 이것은 맹점이었다. 어느새 오후지에게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 오후지를 속이려는 미나토야의 의도에 동조하고 그쪽 편에서만 사물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강 건너편에서는 어떤 경치가 보이는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셋타는 고급스러운 조리로, 마치부교쇼 도신들은 근무중에 반드시 셋타를 신어야 했기 때문에 부교쇼 도신을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였다

하오리
기모노 위에 덧입는 상의로, 격식을 차릴 때 입는다. 에도 시대에는 어느 정도 직책을 맡은 사람만이 입을 수 있었다

말 채찍 소리도 없이 밤 솥을 태웠구나

19세기 초 문인 라이산요의 유명한 시구 ‘말 채찍 소리도 없이 밤 강을 건넜구나’를 흉내 낸 말. 전국 시대 가와나카지마 전투에서 다케다 신겐에게 포위당한 우에스기 겐신이 야밤에 은밀히 움직여 강을 건너서 다케다 군을 야습하는 장면을 묘사한 구절인데, 이 시구가 만담 형식의 전쟁담을 통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