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시내의 교차점에서 오사카 사단 군인이 적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려 했는데, 순사가 꾸짖으며 주의를 줬다네. 그 일로 인해 황군의 위신이 떨어졌다며 다툼이 일어났지."

"군과 경찰이 어중간한 꼴로 화해했지. 원래 ‘화해’할 만한 성질의 사건이 아닌데 말이야." 가쓰라기 선생이 얼굴을 찡그렸다.

"세상의 흐름이라는 거지."

그 흐름의 끝에 길고 비참한 태평양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이곳에 있는 게 끔찍해진다. 얼른 현대로 돌아가자고 떼라도 쓰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무리다―히라타가 쓰러져 버렸으니까. 게다가 후키도 구해야 한다. 그걸 잊어선 안 된다.

"‘중국일격론中国一撃論’이야."

"네?"

"쉽게 말하자면 중국 따위는 일격에 평정할 수 있다, 진짜 적은 북방의 소련이라는 의견일세. 가모 대장 각하도 병으로 쓰러지기 전엔 이 주장의 지지자였지만, 쓰러지시고 난 후 마음이 바뀐 모양이더군. 그런데 육군사관학교 교관인 뒤쪽 저택 주인은 그런 각하를 변절자라며 호되게 비난해서 말이야."

"뭐야 그게……, 그럼……."

다카유키는 마리에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요.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집 안에 있다는 말이죠."

"총성이 들렸을 때, 우리는―나랑 요시타카 씨는 함께 방에 있었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 난 모델이었고. 다카유키가 전하러 와서, 그래서 알게 된 거야."

"그럼 총성을 들었다는 거네요?" 다카시가 반문했다. "그런데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여기지 않았나요?"

"지방인이란 게 뭔가요?"

"아, 결국 민간인이라는 얘기야. 군인 이외의 인간 말일세."

다소 낮춰 부르는 듯한 표현이다. 군인의 대단함에 비하자면 나머지 사람들은 바깥에 있다는 얘긴가. 그런 태도로 대장은 요시타카와 지냈고 요시타카는 형에 대해 굴절된 증오의 감정을 품었다―.

―죽을 때 죽지 못해 욕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이니까 물어보는 겁니다.

"군인으로서 부끄러움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더군. 난, 경솔하게 자결이라는 길을 택하시면 안 된다, 그것만은 약속해 달라고 말씀드린 후에 대답했네."

자결할 게 분명한 인간을 일부러 죽일 바보는 없다.

다카시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코웃음 쳤다. 역시 즉흥적인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구나―.

순간 거울 속 얼굴의 웃음이 지워진다.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자결할 인간을 죽일 바보는 없다―정말 없을까. 그런 케이스는 전혀 가정할 수 없는 걸까.

다카시가 사는 ‘현대’에선 분명 가정하기 어렵다. 상당히 힘들다. 왜냐하면 ‘현대’에는 더 이상 ‘자결’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자살’은 있어도 ‘자결’은 없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희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지에가 딱 잘라 말했다. 노인의 얼굴에는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면 좋지 않아’라며 타이르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다.

‘이 난로―?’

생각났다, 트립에 실패해서 쇼와 20년 5월 공습의 한가운데 떨어져 버렸을 때 일이.

그때 가모 저택은 불타고 있었다.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인데도 안쪽에서 불을 내뿜고 있었다. 그로 인해 후키가 죽었다. 잊을 리가 없다. 새카맣게 눌어붙은 그녀의 손이 다카시를 향하던 그 순간을.

가모 대장의 유령 말이에요.

아니다. 유령이 아니다. 이젠 단언할 수 있다. 프런트맨이 본 건 살아 있는 가모 노리유키 대장이다. 살아 있는 가모 대장이 히라카와초이치반 호텔에 나타나 돌아다녔던 것이다.

"이모님은 여기에 왔었어요. 그리고 이모님의 힘으로 가모 대장은 미래에―현대로 트립했죠. 그렇죠? 가모 대장은 미래를 봤죠?"

그래서 병을 앓고 난 뒤 사상이 일변하게 됐다. 요시타카가 감탄스럽다는 어조로 말하지 않았던가. 형님도 상당히 생각이 바뀌셨군. 그렇다. 바뀌고 말았다. 육군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나 과거에 자신을 숭앙하던 황도파 장교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한 결과 테러리스트에게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미래를, 앞으로 일어날 전쟁의 양상을, 전쟁의 결과를, 일본의 장래를, 일본군의 종말을 모두 알게 되어 사상도 사람도 바뀌고 만 것이다.

다카시를 바라보던 히라타의 눈꺼풀이 처지면서 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가능한 한 크고 분명하게, 다카시가 충분히 알아볼 수 있도록 고개를 끄덕였다.

"총을―."
다카시는 뒤돌아봤다. "네?"
"총을, 조심, 해." 히라타가 말했다.
"누군가, 가지고 있어. 조심, 해."
그의 얼굴에 웃음은 지워져 있다. 그는 진지했다.

"잘 들어 보게. 각하는 자결하셨어. 유해 옆에는 자결에 쓰인 권총이 나뒹굴었고. 목격자는 충격 속에서 그 권총이 다른 사람도 죽일 수 있는 무기임을 깨달았겠지. 다시 말해, 각하의 자결로 충격을 받은 누군가가 마음속에 비수를 품고 자신의 결의를 달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권총을 들고 사라진 거야. 가능한 얘기 아닌가?"

역사의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가능한 건 세부의 수정뿐.

그렇다. 다카시가 태연스레 의사당으로 찾아가 살기를 내뿜고 있는 결기 부대 앞에서 그런 얘기를 떠들어 봐야 헛일이다. 결국 총에 맞아 죽어 쇼와사史의 2·26사건 항목에 "사건이 한창인 가운데 민간인 사상자가 한 명 발생하였다"고 덧붙여질 뿐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건 실로 유쾌하지 않은가.

2·26사건을 계기로 강력한 무력을 지닌 군부의 국정에 대한 발언권이 강해졌고, 이내 일본은 군부 독재에 의한 전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그렇다, 나는 지금 시대의 전환점에 서 있다. 전차가 팬터그래프를 바꾸듯, 쇼와 역사도 진행 방향을 결정하고 이제 전철기轉轍機를 바꾸는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아무리 분위기가 밝다 한들, 청년 장교를 응원하는 공기가 흐른다 한들, 쿠데타에 희망을 건 시민이 존재한다 한들, 역사는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고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유럽과 아메리카는 지들은 실컷 제국주의적 침략을 해 온 주제에, 잘난 척 정의의 가면을 쓰고 아시아 문제에 개입하고 있네. 만몽滿蒙 문제도 그래. 리턴 보고서만주사변을 일본의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만주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에 우리 측 해명은 전혀 실리지 않았잖아? 시찰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이 났지. 지금 우리 나라와 독일은 전 세계의 악역을 떠맡은 듯한 느낌이 든다고."

"그런데 말이야, 전쟁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단 말일세. 전쟁이란 일종의 외교 수단 아니겠나? 제대로 된 목적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있어야지 전쟁도 의미가 있는 걸세. 그러나 작금의 군인은 의미 따위 전혀 모르고 있어. 요시타카 씨가 그랬지. 군인은 주먹만 휘두르는 바보라고. 나름 이치에 맞는 얘기라 생각하네." 의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사람의 인품과는 별개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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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다카시는 보았다. 멀리 줄기차게 내리는 눈의 장막 너머로 바리케이드가 길을 막고 있는 모습을. 그 건너편에 늘어선 군인들의 검은 그림자를.

분명히 군인들이 있다. 언뜻 봐서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모두 바리케이드 건너편에 서서 이쪽을 향하고 있거나 그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몸을 감출까 생각했다. 겁을 먹은 정도가 아니다. 무릎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걸음을 옮기자 곧바로 발이 스르르 미끄러져 몸이 허우적거렸다.

―자네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돌아다니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한 사흘간.

히라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모 저택에 있을 때는 막연히 흘려듣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을 뼛속 깊이 절감했다.

2·26사건으로 사망자가 나왔던가?

그러나 발은 움직이질 않는다. 식은땀이 마구 흐른다. 전쟁도 테러도 폭도도 모르는 우리 세대는 일단 진짜 ‘무력武力’과 부닥치면 바로 무릎을 꿇고 만다. 아무리 그게 눈의 장막 저편에서 유령처럼 소리 내지 않고 오가는 군인들의 어슴푸레한 그림자뿐이라고 해도.

"미, 미, 민간인입니다."
스스로도 한심할 정도로 상기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저, 저는 민간인입니다."

다카시 손에서 떨어진 초롱이 타 버린 잔해는 거의 다 눈에 쌓여 가려졌지만 흔적은 남아 있다. 마치 자신의 겁먹은 마음이 타 버린 것 같은, 그런 잔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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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고 어두침침하여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병에 걸릴 것 같은 부엌. 일부러 고용인들에게 불쾌한 환경을 주기 위해 저택 안에서 가장 채광이 안 좋은 장소를 골라 만든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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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말대로 사실은 역사의 일부로서 역사를 구성하고 있네.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현상을 제외하면 사실을 만드는 건 인간이니까 역사 속의 사실은 곧 인간이라는 말이 되지. 인간 역시 역사의 일부인 거야. 그렇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해."

"우리 인간은 역사의 흐름에 있어 단지 부품이라는 거지. 대체 가능한 부품일 따름이야. 부품 각자의 삶과 죽음은 역사에 있어 관계가 없어. 개개의 부품이 어떻게 되든 역사에 의미가 없다고. 역사는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야."

"역사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영원한 수수께끼지. 그렇지만 난 이미 결론을 내렸어. 역사가 먼저야.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인간을 등장시키고, 필요 없게 된 인간은 무대에서 내리지. 때문에 개개의 인간이나 사실을 대체하더라도 상관없는 거야. 역사는 스스로 보정하고 대역을 세우면서 사소한 움직임이나 수정 등을 모두 포용할 수 있거든. 그러면서 내내 흘러가는 거지."

과거에 일어난 어떤 참사를 막으면, 마치 내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드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거야. 물론 장소도 다르고 연관되는 사람들도 달라. 그렇지만 사건의 성질은 똑같아. 일어날 사건 그 자체를 절대적으로 막는다는 건 불가능해.

"바보 같은 생각은 집어 치워요. 역사가 스스로 세상사를 결정한다니.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거예요."

발길을 돌릴 찰나였다. 별안간 다카시 머리 위로 가모 저택 안 어디선가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 건.

‘쇼와 11년 2월 26일, 2·26사건 발발 당일, 가모 대장은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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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시는 머리를 감싸 쥐고는 쿵쿵 때려 정신을 차리려 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군." 남자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프지 않나?"
"아프죠. 그러니까 하는 거예요. 멍해진 머리가 돌아가게."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안 나올 때 두드려 고치는 것처럼?"

그런데 이 방, 뭔가 이상하다……. 다시 한번 방 안을 꼼꼼히 둘러보다가 문득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런가, 텔레비전이 없다.

2·26사건이란 건 일본을 암흑시대로 몰아넣은 전환점이었으리라. 그 뒤는 죽음의 공포와 결핍과 굶주림 같은 불길한 것들만이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1994년이라는 풍족하고 안전한 시대를 살아가던 인간이, 아무리 시간 축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해도 그렇지, 어째서 이처럼 어두운 시대로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었던 걸까. 궁금해서 관광이라도 하겠다는 거라면 이해가 되지만 남자는 아예 ‘히라타’라는 이름과 호적을 얻어 눌러 살 속셈이다.

거짓말이란 건 한 번 내뱉기 시작하면 술술 나오게 마련이다. 대신에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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