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비귀(非人非鬼)요, 비유비명(非幽非明)이라더니 정말 힘들이 좋구나! 귀신에게도, 사람에게도 힘을 미칠 수 있다니, 내 왜 진작 저놈들을 쓰지 않았지? 앞으로는 자주 이용해 먹어야겠다!’

"여기 강화도 마니산은 온 세상의 영기가 모이는 산…… 여기 이 부근에 숨겨져 있는 단군의 비기가 있어요……. 그건 상고에서부터 내려오는 것…… 몽골의 침략 때에 이리로 옮겨진……."

나라님 권세를 잡으사 하늘 힘을 모아 모아 납시시니, 훠어이, 물렀거라 잡것들아! 물렀거라 잡것들아!

"우리가 잠시는 버틸 수 있겠지만, 모두가 사느냐 죽느냐는 너에게 달려 있어. 너의 힘을 모아서 지연 보살님에게 실어 드려라. 일단 모든 사람들을 낫게 해야 해! 최선을 다해서! 알았지?"

새카맣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보고 거의 체념했던 박 신부와 준후, 오의파와 철기 옹의 앞을 무언가 희뿌연 것이 가로막았다. 날아오던 화살들은 그 희뿌연 것에 맞아 반 이상은 양옆으로 흩어지고 반 정도는 그 희뿌연 것에 후두둑 박혔다.

불쌍한 망제들아, 천고에 맺혔느냐 만고에 맺혔느냐. 천고에 맺혔으면 천고에 풀 것이고 만고에 맺혔으면 만고에 풀 것인데…….

"우리의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닌 게 없는 법! 우리 땅을 범하는 너희 왜놈들, 산천초목에까지 깃든 이 땅의 정기가 어떤 것인지 한번 보아라!"

"원래 단군님이 설치하신 봉인! 그리고 신라의 화랑도가 설치한 봉인! 그리고 왜구들이 침노하면서 설치한 봉인! 적어도 세 가지가 있어. 앞의 두 개는 여는 법도 전해졌었는데, 그 이후 고려 때 왜구들이 침노하면서 막은 봉인이 있었던 거여. 여기에 펼쳐진 만다라의 진형을 누가 쳤는지 알지?"

"케케묵은 역사의 망령들! 남조가 뭐고 과거의 영광은 무엇이란 말이야! 다 사라져! 다 사라져 버려! 더 이상 산 사람들을 해치지 마라!"

"아냐! 일본인의 시조는 바로 이 땅에 있었던 한민족이었고, 그들의 시조 모두가 한민족의 후예였어! 그 시절까지만 해도 그들은 그들의 정통이 한반도에 있다는 사실을 암암리에 수긍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그 신물을 내세우면 스스로가 방계가 아닌, 정통성의 대를 잇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약하니까 간사한 수단을 부리는 것이지! 우리를 두려워하니까 어떻게든 분열시키고 약점을 들추어내려는 것이지! 그게 옳은 짓인가?"

"약하니까 간사한 수단을 부리는 것이지! 우리를 두려워하니까 어떻게든 분열시키고 약점을 들추어내려는 것이지! 그게 옳은 짓인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일본 전역을 평정했다는 일본 고대의 영웅 다케루가 신라 마립간 휘하의 일개 장수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토벌군의 선봉장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스스로 자리를 옮겨 버리고 큰 벌을 내리거든! 천부인은 영이 깃들어 있는 신물 중의 신물이여! 그래서 누구도 봉인을 감히 깨려 한 적이 없었지. 잘 지켜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못 건드리면 그야말로 큰 해를 입고 말아. 신물은 군신(軍神) 치우(蚩尤)39의 힘으로 보호되고 있다고 배웠어!"

"아, 제길. 이것까지 쓰게 해? 더러운 놈들! 이거 하나 만들려면 얼마나 드는지 알어? 이 망할……."

그러면서 주기 선생이 크게 깃발을 휘둘렀다.

"십이지신 중 최고에, 제일 비싼 술수다! 아, 아까워!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긴다! 십이신장의 맏이인 자(子) 신이여!"

"저는 단군님의 유물을 꼭 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까 여러 선배들께서 오로지 이곳에만 길이 있다 했기에 들어온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살아나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아깝습니다. 모든 목숨은 아깝습니다. 너무도 아까운 것입니다. 이미 두 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더 죽어야 하겠습니까?"

"세상에는 수많은 목숨이 죽기만 기다리고 있어. 발길에 차이는 것이 사람이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것도 사람이여. 그런데도 그들의 목숨이 아까운 거여?"

"단군님도 사람이었습니다."

"내 명은 다했어. 나는 자손도 없으니 이젠 지킴이도 이을 수 없고…… 자네 뜻대로 혀. 원래 나는 저기의 관문을 건드려서 천부인을 풀고 스스로가 옮겨 가게 하려 했지만…… 자네의 말도 옳고 도지 늙은이의 말도 일리가 있구먼."

"저 손잡이, 당기는 것처럼 생겼지? 허나 당기면 죽어. 그러니 밀어야 혀. 손잡이를 힘주어 뽑아내면 석실은 무너지고…… 무너지고…… 천부인은…… 다른 곳으로…… 스스로……."

"예를 갖추지 못한 자, 공을 세우지 못한 자, 마음을 갖추지 못한 자, 어여삐 여김이 없는 자는 들어가지 못하리라. 들어가지 못하리라……"

"잘 들어! 민족 전체를 위해 한 사람이 목숨을 바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민족 전체가 그걸 핑계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건 추악한 일이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민족이 조금 손해를 보면 안 되나? 유물이 많은 사람에게 용기나 정신적인 위안을 줄지는 몰라도, 한 사람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라고! 너를 한번 바쳐 볼까? 웃으며 승복할 수 있어?"

치우의 바람이 사방을 잠재우리라.

준후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치우의 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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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세 가지 신기라는 것은 뭐지?"

일행은 다시 책들을 뒤져 나갔다. 맨 앞부분에 그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에서 알려진 세 가지 신기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6의 몸을 상징하는 거울, 영혼의 정수를 담았다는 구슬 목걸이(曲玉), 그리고 십이 대 게이코 천황 때의 최고 무장인 야마토 다케루(日本武尊)의 목숨을 구했다7는 초치검. - P-1

"나, 경주에 사는 철기라고 하네. 박수여." - P-1

안 기자와 자영의 눈이 다시 한번 휘둥그레졌다.

‘이젠 박수무당까지…….’ - P-1

"아! 지연 보살님. 여기에는 어쩐 일로……."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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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안 기자는 느리니까 천천히 특집물이나 준비해 봐"라고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청홍검! 청홍검! 아, 이자가 바로 조조의 수신배검장(隨身背劍將) 하후은이었구나! 이 검은 하늘이 주신 것이다!"

미칠 듯 기뻐하는 그 장수는 바로 당양 장판교 싸움의 영웅, 상산 조자룡이었다.

‘그러면 저 여자가 가진 칼이 바로 『삼국지연의』의 명장 조자룡이 썼다는 청홍검이란 말인가!’

"정말 좋다고요. 어쨌건, 죽을 때의 모습이 그 책에 나오는데 그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거의 괴멸되다시피 한 남조를 끌고 요시노 산에 갇혀서 오른손에 칼을 들고 왼손에 『법화경』을 쥐고 숨을 거두면서 남긴 말이 ‘비록 내 뼈는 남산의 이끼에 묻힐지언정 그 영혼만은 언제까지나 북조의 하늘을 노려볼 것이다!’였다더군요. 의지의 인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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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 좀 유치해요..ㅋㅋ
근데..ㅈ ㅓ 이런거 엄청 좋아해요.
재밌어요..ㅋㅋ

시먀괴다뫼도 좋아해요.
지금 이시간 심괴 보고 있음

아주 옛날 “들녘”에서 나왔었고 엄청 재밌게 읽었음.
몇권까지 읽었는지는 모르겠고..

윌라 무료기간 이용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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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 좀 유치해요..ㅋㅋ
근데..ㅈ ㅓ 이런거 엄청 좋아해요.
재밌어요..ㅋㅋ
시먀괴다뫼도 좋아해요.

아주 옛날 “들녘”에서 나왔었고 엄청 재밌게 읽었음.
몇권까지 읽었는지는 모르겠고..

윌라 무료기간 이용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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