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애가 물었다. 아버지 명함에 있는 ‘차장’이란 어떤 일을 하는 자리냐. 다음 장次長이라면 누구 다음이냐. 아버지는 높은 사람이냐 아니냐. 그런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차장이란 묘한 직책이다. 조직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차장’이란 어떤 자리일까. 과연 존재 의의는 있는가. 그룹 전체 회사에 있는 차장 여러분의 속마음을 듣고 싶다.〉
나는 즐겁게 기획을 추진했다. ‘차장’이란 직책은 엄연히 연공서열을 기초로 한 일본 특유의 샐러리맨 사회를 이루어 온, 질서의 등고선을 구성하는 한 가닥 선이다. 회사에 따라 그 선은 굵기도 하고, 때로는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경우도 있다. ‘계장’이란 선과 구분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주임’과 같은 색이거나 약간 위에 그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역시 그 선은 ‘차장’이지 ‘계장’이나 ‘주임’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는 재미있었다.
이름 없는 독 | 미야베 미유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