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말대로 사실은 역사의 일부로서 역사를 구성하고 있네.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현상을 제외하면 사실을 만드는 건 인간이니까 역사 속의 사실은 곧 인간이라는 말이 되지. 인간 역시 역사의 일부인 거야. 그렇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해."
"우리 인간은 역사의 흐름에 있어 단지 부품이라는 거지. 대체 가능한 부품일 따름이야. 부품 각자의 삶과 죽음은 역사에 있어 관계가 없어. 개개의 부품이 어떻게 되든 역사에 의미가 없다고. 역사는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야."
"역사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영원한 수수께끼지. 그렇지만 난 이미 결론을 내렸어. 역사가 먼저야.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인간을 등장시키고, 필요 없게 된 인간은 무대에서 내리지. 때문에 개개의 인간이나 사실을 대체하더라도 상관없는 거야. 역사는 스스로 보정하고 대역을 세우면서 사소한 움직임이나 수정 등을 모두 포용할 수 있거든. 그러면서 내내 흘러가는 거지."
과거에 일어난 어떤 참사를 막으면, 마치 내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드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 거야. 물론 장소도 다르고 연관되는 사람들도 달라. 그렇지만 사건의 성질은 똑같아. 일어날 사건 그 자체를 절대적으로 막는다는 건 불가능해.
"바보 같은 생각은 집어 치워요. 역사가 스스로 세상사를 결정한다니.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거예요."
발길을 돌릴 찰나였다. 별안간 다카시 머리 위로 가모 저택 안 어디선가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 건.
‘쇼와 11년 2월 26일, 2·26사건 발발 당일, 가모 대장은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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