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34년. 그리스반도 마케도니아Macedonia의 한 도시. 대로를 지나가는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말 위에 앉아 칼을 든 늠름한 전사들과 선두에서 이 대병력을 이끄는 한 젊은 청년이 보인다. 그의 이름은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필리포이’라는 지명은 그의 부친 필리포스 2세Philippos Ⅱ의 이름을 따른 것이다. 부친은 이 도시를 제압한 후 이름을 바꿔놓았다. 아들의 야심은 페르시아를 굴복시킨 후 제국 사방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들을 세우는 것이다.
페르시아의 알렉산드리아, 인도의 알렉산드리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이토록 정교하게 만든 도로는 로마 제국 팽창의 핵심이었다. 에그나티아 가도는 특히 중요했다. 가도의 종착점 비잔티움Byzantium까지 총 거리는 무려 1,120킬로미터. 이 도로를 장악해야만 그리스 및 지중해 동편을 지배할 수 있었다.
서기 50년 무렵, 정복의 길 에그나티아 가도는 전혀 다른 정복자들의 발길을 맞이한다. 인원은 겨우 4명. 무기는 전혀 들고 있지 않다. 남루한 옷차림의 여행자들은 소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이다.
일행의 지도자는 이미 중년을 넘긴 유태인. 로마 시민권자이지만, 행색이 남루한 것이 마치 떠돌이 행상 같다. 그의 본명은 사울Saul이나 이름을 파울로스Paulos(바울)로 바꿨다.
이 네 명의 선봉대가 소지한 무기는 칼도 창도 아닌 ‘유앙겔리온euangelion’(복음). 하느님의 아들 예수가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죽은 후 부활했다는 소식을 전하려 이곳에 온 것이다.
‘세상의 보석’. 이것이 1천 년 전 코르도바Córdoba의 별명이었다. 무슬림들이 오늘날 스페인 남쪽을 정복한 후 ‘알안달루스al-Andalus’(오늘날의 안달루시아Andalucía)라고 명명하고 다스리던 때가 있었다. 코르도바는 알안달루스의 중심 도시였다.
711년 용맹스럽고 잔혹한 베르베르인을 앞세워 무슬림 세력은 이베리아반도를 장악했던 기독교인 서고트 왕국을 쉽게 무너뜨렸다.
이탈리아 피사Pisa의 명물 기울어진 탑. 직접 보지 않고도 이미 친숙한 ‘불가사의’다. 흰 대리석 기둥이 원을 이루며 한 층씩 버티고 있는 풍채도 곱지만, 이 탑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기울어졌으나 무너지지 않은 자세 덕분이다. 이 명물은 피사 대성당의 종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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