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

이야기 세계 여행자이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상가. 선과 악을 넘어 인간 본성을 깊숙이 다루는 소설을 쓰고자 한다. 2023년 ⟨해녀의 아들⟩로 한국추리문학상 제17회 황금펜상을 수상했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17회》, 앤솔러지 《고통과 환희의 서》, 《인덱스 판타지: 에고 웨폰》, 《네메시스》 등에 참여했다.

목을 따자.
이 자가 죽으면 사름들의 고통이 사라진다.
면도칼을 모리야마 대좌의 툭 튀어나온 목젖에 갖다댔다.

어느새 들어온 구보다가 나에게 눈총을 보내며 모리야마에게 경례했다. 구보다는 모리야마의 개다. 단어 그대로 개다.

"원래 전쟁은 미친 거야."

장르 소설도 사회·역사적인 이슈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목호의 난, 이재수의 난, 일본군 점령, 결7호 작전, 그리고 4·3 사건, 5·16 도로 건설…. 《고딕×호러×제주》는 제주도의 슬픈 역사를 공포 소설 안에 녹여냈기에 더 의미가 깊습니다. 

서구권 고딕 호러를 제주도라는 배경에 이식하여 새로운 공포 문학을 선보였습니다. 빌레못 동굴, 차귀도, 곶자왈, 이어도, 모슬포, 송악산, 도레 오름 등 제주도 곳곳이 소설의 무대입니다.

홍정기

네이버 블로그에서 ‘엽기부족‘이란 닉네임으로 장르 소설을 리뷰하고 있는 리뷰어이자 소설가. 추리와 SF, 공포 장르를 선호하며 장르 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쫓는 장르 소설 탐독가. 대표작으로는 《전래 미스터리》,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 《살의의 형태》, 《초소년》 등이 있다. 그 밖에도 《혼숨》, 《명탐정 6》, 《요괴도시》, 《#기묘한 살인사건》, 《학교 괴담 도서관의 유령》 등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부모님의 얼굴 따윈 모른다. 
핏덩이였던 나는 홑껍데기 이불에 싸인 채 교회 문 앞에 버려졌다. 그것도 함박눈이 내리던 한겨울에 말이다.

하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의미로 목사 부부가 내게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물로 누리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망할 하나님이 목사 부부에게 진짜 선물을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남동생이 생긴 뒤로 내게 향하던 애정은 놀랍도록 차갑게 식어갔다. 
하나님의 선물에서 사탄의 아들로. 내 위치는 주의 노여움을 사 천국에서 추방당한 루시퍼인 양 끝도 없이 추락했다. 

결국 이제 막 뜀걸음을 할 수 있는 나이에 부부의 손에 이끌려 지방의 보육원에 입소했다. 그 짧은 생애 동안 두 번째로 버림받은 순간이었다.

나는 고아. 이미소는 부모를 여의었다. 나이, 성별, 사는 곳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그동안 간과했던 단 한 가지 공통점. 이곳에 있던 전임자들 모두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외톨이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사마란

‘괴이학회’ 소속.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행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단편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중 ⟨그네⟩, 《괴이한 미스터리: 초자연 편》 중 ⟨챠밍 미용실⟩, 《여름의 시간》 중 ⟨망자의 함⟩, 《오래된 신들이 섬에 내려오시니》 중 ⟨영등⟩,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중 ⟨뷰티풀 라이프⟩, 《고통과 환희의 서》 중 ⟨Virídia⟩, 《인덱스 판타지: 식사》 중 ⟨아키티투스⟩ 등을 썼고, 장편으로 《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이 있다.

"이상하게 여기진 말고. 군대로 치면 관심 사병 관리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너무 기를 쓰는 모습이 좀 걱정이 돼서."

고종에게 여아대(如我待), 즉 "나(고종)처럼 대하라"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프랑스 신부들이 천주교 신자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두둔했다. 그러자 교인을 빙자한 자들이 각종 범법 행위와 악행을 일삼고, 포교를 핑계 삼아 민군을 체포하는 등 도를 넘어선 횡포를 부리자 일어난 민란으로, 천주교인 300여 명이 참수를 당하고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프랑스 신부들의 사망으로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지자 이제수와 두 명의 주동자가 책임을 짊어지고 처형당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실은 우리 공동체에 속한 아이가 많이 아파. 자네가 구마 의식을 해줄 수 있을까 해서 어려운 걸음을 부탁했어."

‘마귀가 가장 많은 곳이 어딘지 알아? 바로 성전이랑 사제관 문이야. 사제의 영혼을 노리는 마귀들이 제단이랑 사제관 문설주에 바글바글하게 붙어 있지. 유혹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하는 법이거든.’

전건우

2008년 단편 소설 ⟨선잠⟩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여러 권의 장편 소설과 다수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는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살롱 드 홈즈》, 《마귀》, 《뒤틀린 집》, 《안개 미궁》, 《듀얼》, 《불귀도 살인사건》,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어두운 물》 등이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재 진행 중인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도로 공사는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 도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의 ‘안전’을 의미합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구간이 연속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도로의 특성상 야간 주행 시 자칫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애초에 구간 설계가 잘못되었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도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중단한 후 다시 설계해 구간을 바꾸어야 합니다.

또 하나, 이것이야말로 본론입니다만, 그 도로 공사 현장은 괴이한 존재에 의해 저주받아 더 이상의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제주도에는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어떤 것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은 곶에 살고 있으며,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인부의 대규모 실종과 수색대의 죽음에 그 존재가 연관되었다는 건 명명백백한 사실입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귀신일 수도, 요괴일 수도, 아니면 도깨비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주도 사람이 그것을 이렇게 부르는 건 들었습니다.
‘그슨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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