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씨의 재주는 훌륭했다. 소매치기 기술을 익힌 지 3개월 만에 많은 수입을 올리는 완연한 전문 소매치기꾼이 되었다. 자신감을 얻은 문씨와 해주 꼬마는 얼마 후 서커스단을 뛰쳐나왔고, 당시 소매치기꾼들의 성지와도 같았던 만주국의 봉천奉天으로 향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광복 후에도 한참 동안 한국 영화에서 서부극 비슷한 이야기를 구상할 때 이 무렵의 만주국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흔했다. 임권택 감독의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년)부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까지 만주국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한국 영화가 있었고, 이는 ‘만주물’이라든가 ‘만주 웨스턴’같은 명칭으로 불렸다. 다만 이런 영화 속에서는 멋쟁이 총잡이들이 일본군의 황금을 빼돌려 독립군 군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말을 달렸지만, 실제로는 문씨 같은 소매치기 범죄자들이 가방을 훔쳐 도망치면 중국어를 모르는 조선인 여행객이 경찰에 신고할 때 애를 먹었다는 에피소드가 훨씬 많았다.
6·25 전쟁 발발 후에는 입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사가 되었다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전쟁 중에 큰 공을 세웠다는 뜻이다. 그게 아니라면 또 무슨 협잡을 부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상일 뿐이지만 소매치기 재주를 이용해서 북한 인민군의 중요한 정보를 빼돌려 포상이라도 받았는지 모르겠다.
1964년 1월 대전에서는 61세 노인이 보문산에서 어린 호랑이를 만났는데 엉겁결에 돌을 던져 물리쳤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신문지상에 올랐고, 1964년 6월 21일에는 광주 지산동의 무등산 아래 농가 헛간에서 아기 호랑이 3마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아기 호랑이를 붙잡고 있으려니 22일 밤에 어미 호랑이가 나타나 으르렁거리는 통에 마을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함께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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