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여자애라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해야지만 자기들이 안심할 수 있어서야. 불량 소녀였으니까 그런 식으로 남자에게 살해당한 거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믿고 싶은 거야. 그 언니가 우등생에 주위 평판도 좋았다면 그런 아이가 집착이 강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은 엄청나게 충격적이고 무서운 일이 됐을 거야. 왜냐하면 자기나, 자기 딸도 남자를 잘못 사귀면 언제든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그러면 모두들 두려워지겠지. 그래서 그 언니를 깔아뭉개고 싶어 해. 그런 짓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로 만들고 싶어 해."
‘남자친구’의 속성은 사악함의 결집,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냐? 죽은 사람은 변명도, 설명도 못 한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해 버리는 건 너무하잖아."
"내가 제일 감탄한 대목은 자기가 아사코에게 왜 그런 쓸데없는 소문이 떠도느냐고 물었을 때의 대답이야."
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나그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친절한 부부가 있었다. 사실 이 부부는 지친 나그네에게 음식과 목욕을 권하고, 안심한 나그네가 완전히 잠들면 살해해 금품을 빼앗았다.
"나그네에게 권한 침상은 베개가 돌로 되어 있어. 그 베개를 베고 잠든 나그네의 머리를 망치로 때려죽였지."
"그런데 이 부부에겐 딸이 하나 있었어. 딸은 부모의 극악무도한 행동을 말리고 싶어 했어. 그래서 어느 날 몰래 나그네와 잠자리를 바꿨지. 자신이 돌베개를 베고 누운 거야.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부부는 여느 때처럼 망치를 휘둘러서 딸을 죽였어. 나중에야 아, 내 딸이었구나,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야."
인과응보. 나쁜 짓을 하면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의 구비전승이다.
"저자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 봤어. 이런 인과응보의 사고방식이 우리 마음속에 뿌리를 내려 여간해서는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앞으로 십 년쯤 후에는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옛날이야기를 다루는 그림동화에서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라고 하시더군."
다들 피해자에게 무례한 짓이란 걸 알면서도 보다 자세히 알고 싶어 하고, 알려졌으면 해. 그 내막에 무언가 자신과는 다른 ‘나쁜’ 요소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니까. 사이비 종교에서는 재난을 겪은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행실이 나빴기 때문이니 인과응보라고 하잖아.
"사람은 죽으면 그뿐이에요.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죠.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신물이 나도록 가르쳐도 안 돼요."
기타바타케 형사와는 오자키 경찰서에서 만났다. 책을 많이 읽고 역사를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돌베개’의 벡터가 죄악감이라는 형태로 아직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시자키가 그렇게 말하자 사와노 선배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벡터가 하타 아유미를 죽인 아사이 유스케에게도 남아 있었을까……."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자기 마음의 내면뿐이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살짝 당황하던 소년이 미야코의 말처럼 고집스러운 눈매로 이시자키를 바라본다. 약간 들뜨기는 했어도 뜻밖에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삼월 말, 눈 섞인 차가운 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부모를 죽이고 담임 선생님도 죽이려다 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였죠. 이래도 기억나는 게 없습니까?"
십이 년 전 사월의 어느 아침, 사이타마 시내의 자택에서 자고 있던 생모와 그녀의 내연남을 군용칼로 찔러 죽인 후 사체의 목을 절단, 태연히 교복으로 갈아입고 등교해 같은 흉기로 담임이었던 여선생에게 상처를 입히고 인질로 붙잡아 경찰과 두 시간 넘게 교실에서 대치했던 열네 살 소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