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로쿠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긴 전국 시대를 지나 평화와 부가 세상에 찾아 온 첫 번째 시대였던 셈입니다.
오하쓰는 쇼군의 행동 때문에 세상에 평지풍파가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딱 와 닿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쇼군이 화가 나거나 정신 이상인 것보다는 쌀 시장의 쌀 도매상이 다 함께 쌀값을 올리거나, 교토에서 물건을 운반해 오는 배가 에도 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 쪽이 훨씬 더 큰일일 듯한 기분도 든다…….
공무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이 세상에 신도 부처님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번만은 신이나 부처님이 오하쓰와 우쿄노스케의 편을 들어 주신 모양이다..
리에는 한동안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세월도 치유하지 못하는 고통─떠도는 영혼의 고독을 생각하니 오하쓰도 할 말이 없었다.
‘나이토의 얼굴만 보고도 저는 주군을 모실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음을 알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남편의 마음이 부서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눈. 세상의 사악한 것을 전부 모아 썩혀서 만든 시커먼 기름이 남편의 눈 속에 고여 있는 것 같았어요. 시커먼 기름이 불꽃을 피우며 타올라 남편의 눈을 번들거리게 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세력을 늘려서 저택의 방비를 단단히 하기 위해 아무리 서두르고 있었다 해도, 기라 님 역시 미친개는 필요 없었고 미친개를 파수견으로 삼을 만큼 어리석은 집안은 아니었다는 뜻일 테지, 오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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