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이란 것은 정靜이요, 법法이라는 것은 도度입니다. 정 가운데의 도라는 것은 깨달음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깨달음이란 마음과 생각을 깨끗이 씻고, 속세의 티끌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대저 사람의 몸이란 얻기 어려운 것이며, 중토에 출생하기 어렵고 정법을 만나기 어려우니, 이를 골고루 지닐 수 있는 사람은 이보다 더 큰 다행함이 없습니다. 지극한 덕과 오묘한 도는 한없이 넓고 아득하고 무색無色하여 바라볼 수 없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육근六根(죄를 짓는 근본), 육식六識(깨달음의 여섯 가지) 작용을 없애버릴 수도 있습니다. 보리菩提(번뇌를 잊고 불생불멸의 진리를 깨달아 얻는 불과佛果)라는 것은 불사불생, 남는 것도 없고 모자라는 것도 없고, 공空과 색色을 망라하여 성스러운 것과 범상한 것은 모두 쫓아버립니다. 그리하여 원시천존元始天尊의 겸추鉗鎚(칼과 쇠몽둥이)의 참된 가치를 알고, 석가모니의 불법을 또렷이 터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망象罔, 무심無心을 발휘하여 열반涅槃을 밟아 부숩니다. 반드시 각중覺中에 깨고 오중悟中에 깨달아야만 일점의 영광이라도 온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 열렬한 불길을 열어젖혀서 날뛰고 휘감기고 하는 모든 탐욕을 비추면 법계法界는 종횡으로 홀로 밝게 나타날 것입니다. 지극히 적은 것을 더욱 굳게 지킬 것이요, 도로 들어가는 문은 입으로는 말하기 쉽지만 누가 건너갈 수 있을 것입니까? 나는 본래 대각선大覺禪을 수행한 자로서 인연이 있고 뜻이 있어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교양으로 읽는 서유기 : 중생 구제를 위해 떠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 오승은 저/장순필 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