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강하는 소승교법은 단지 혼속화광渾俗和光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망자를 건져서 승천시킬 수가 없는 것이오. 그러나 내게 있는 대승불법 삼장三藏은 능히 망자를 승천케 하고,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으며, 무량한 수명을 누려 무래무거無來無去를 능하게 할 수 있소."

"서천 땅 천축국 대뇌음사, 석가여래 부처님이 계신 곳에 있습니다. 실로 백 가지 원한의 마디를 풀 수 있고, 뜻하지 않는 재난도 막을 수 있습니다."

대당의 임금께 올리나니, 묘문妙文이 서방에 있도다. 그 길은 십만팔천 리, 대승大乘을 권하도다. 그 경經이 귀국에 전해지면 능히 귀신을 초월하여 뭇사람 가운데 뛰어나리라. 만약 가기를 원하는 자는 정과를 얻어 부처가 되리라!

"어제御弟여, 오늘이 출행하기에 길일이라는구려. 이것은 통관문첩이며, 짐이 또한 자금紫金의 바리때를 줄 테니, 탁발하는 데 쓰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대와 함께 먼 길을 갈 종자 둘과 백마 한 필을 줄 것이니 원행에 조심하도록 하시오!"

태종은 관인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잔을 들어 현장에게 아호雅號를 물었다. 현장이 출가인이라 없다고 하자, 태종은 관음보살의 말을 인용하여 ‘삼장三藏’이라는 호를 내렸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며 술을 권했다.

"어제에게 이 한 잔 술을 권하는 것은 고향 땅의 한 줌 흙을 그리워할지언정 타향의 만 냥 금을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오."

태종이 의미 있는 말을 하자 삼장은 그제야 깊은 뜻을 감사히 받아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한 후, 취경인으로서 서천 땅 천축국으로 십만팔천 리 길의 첫발을 내디뎠다.

마왕은 잘생긴 놈은 두었다가 혼자 먹기로 하고, 좌우에 명하여 우선 종자 두 놈의 배를 가르고 염통을 끄집어 낸 후, 몸뚱이를 토막 쳐서 칼질하게 했다.

"쌍차령이라는 곳으로 이리와 범의 소굴이오. 특처사는 들소의 요정이고, 웅산군은 곰의 요정이고, 인장군이라는 마왕은 늙은 호랑이의 요정이었소. 그 외의 요괴는 모두 산의 정精이거나 괴수들이오. 그대의 본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들이 감히 손을 대지 못한 것이오. 자, 나를 따라오시오. 길을 안내해 드리겠소."

"제자 진현장, 특별한 뜻을 받자와 경을 얻으러 가옵니다. 저 원숭이 사람과 사제의 연분이 있다면 이 금자가 떨어져 원숭이를 구출하여 영산으로 통행하는 증과證果, 수행한 결과로 얻는 과보를 얻게 하시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금자가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나는 손대성을 감시하던 자로서, 오늘 그의 고난의 날이 찼으니 우리는 돌아가 석가여래님을 뵈옵고 이 부첩을 돌려드릴 것이오."

"너는 참 죄인이로구나. 네 재주로 쫓아버리면 그만일 것을, 어찌 그리 무참히 때려죽인단 말이냐? 이토록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다면 어떻게 불도에 귀의할 수 있겠느냐?"

"우리 출가인은 죽는 일이 있더라도 결코 흉악한 일은 아니하는 법이다. 너는 이미 사문의 몸이 되었지 않느냐? 그러한대도 아직 흉행을 일삼는다면 서천에도 갈 수 없고 화상도 될 수 없다."

삼장이 화를 내며 ‘악한 놈’이라 꾸짖자, 손오공은 발끈 토라져 버렸다.

노파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명옷 한 벌과 금을 박은 승모를 삼장에게 건네주며 제자에게 주라고 했다. 그리고 한편의 주문呪文 ‘정심진언定心眞言, 긴고아주緊箍兒呪’를 가르쳐 주며 제자가 말을 안 듣거나 고집을 부릴 때 그것을 외워서 고통을 주라고 했다. 또한 이 주문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제자야, 날이 저물었는데 어디에서 쉬어 가려느냐?"

"사부님, 출가인이란 원래 풍찬노숙風餐露宿하고 달을 바라보며 서리 위에서 자는 법이거늘 가다가 멈추는 곳이 집 아니겠습니까?"

"난 사람 새끼가 아니었어. 색에 완전히 미쳤던 거야. 이제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짐을 지고 사부님을 따라 서천으로 갈 것이야!"

"삼장은 항상 ‘천일 선을 행해도 선은 아직도 부족하고, 일일 악을 행해도 악은 언제나 남음이 있다’며 잔소리를 해댔는데, 오늘 고향집에 돌아와 이토록 숱한 사냥꾼들을 죽여 없앴어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놈이 없으니 속이 시원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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