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추진 중인 RE100 캠페인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사용을 달성하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구글, 애플, 나이키 등을 비롯해 수백 개의 글로벌 기업이 이미 RE100을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자발적인 참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구글, 애플,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들과 거래하는 기업들에게 RE100 충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많은 연구들은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철강 등의 EU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61 예를 들어, 유럽연합에서 탄소 거래 가격이 1톤당 100달러면 철강회사는 수출 가격의 13퍼센트를 지불해야 한다. 철강의 영업이익률이 수출 가격의 8퍼센트 안팎이니 유럽연합 수출은 불가능해진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규모 외에도 K-문화의 확산과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 때문에 금융허브 유치는 매우 실현 가능한 정책적 선택이 되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내가 만난 서구의 언론인, 펀드 투자자, 사업가들은 한결같이 아시아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서울을 꼽았다.

금융 산업과 법률, 회계, 컨설팅 같은 연관 산업의 발전은 음식이나 숙박과 같은 서비스 부문의 고부가가치화로도 연결된다. 탄소중립으로 이행하려면 중화학공업 중심인 우리 산업 구조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성장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혁신이 절실하다. 혁신과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이행을 위한 산업전환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의 일대 개혁이있어야 한다. 공정한 경제 체제와 포용적 시장경제 구축을 위해 경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경제 전반에 재벌 대기업 중심의 블록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대기아차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 블록화가 이루어져 있다. 전자 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블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경쟁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블록 간의 경쟁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간 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의 재벌 중심 체제로는 인간 중심의 경제구조, 인간 중심의 사회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러한 개혁을 하려면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재벌 기업 위주의 독과점 체제가 아닌 공정 경쟁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재벌 대기업과 물적자본 중심의 산업 구조를 기술력 있는 중소ㆍ중견기업과 인적자본 중심의 산업 구조로 바꾸고, 혁신 성장이 가능한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재벌이라는 용어가 굉장히 산발적으로 쓰이고 있다. 학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재벌은 특정 자연인 또는 가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제력 집중이 야기될 만큼 큰 기업 또는 기업집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재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을 재벌 총수라고 부른다. 재벌의 조건을 만족하려면 우선 주체가 대규모 기업집단이어야 한다. ‘대규모’의 의미는 경제력 집중이 우려될 정도로 크다는 의미다.

재벌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가문에 의해서 지배되는 기업집단을 한자로 ‘재벌(財閥)’, 일본 발음으로 ‘자이바츠’라고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맥아더 군정에 의해 일본의 재벌은 해체됐다. 미군정 이후에 해체되었던 과거의 재벌 소속사들이 다시 기업집단을 형성했는데, 이때 기업집단을 일본에서는 ‘계열(系列)’, 일본 발음으로는 ‘게이레츠’라고 불렀다.

일본의 영향으로 재벌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는데, 해방 이후 재벌이라는 말이 ‘부자’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지금도 부자를 가리켜 "너 재벌이냐?"라고 묻곤 하는데 이 또한 여기서 연유한다. 그런데 이는 정확한 학술적 의미의 재벌은 아니다.

게이트 키퍼는 사회의 의사결정을 사실상 결정하는 특정인을 의미한다.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는 경제 권력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특정인이나 가문이 사회의 많은 경제적 자원을 통제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20세기 초 민주당과 공화당 개혁 세력이 연대해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다원주의에 기초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잡는 문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대표 인사는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였고 민주당 대표는 인사는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이었으며, 당시 연방대법원 판사인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Dembitz Brandeis도 참여했다. 이러한 선구자들이 나서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자는 운동을 벌였고,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라는 금권 트러스트Money Trust의 해체와 더불어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거치면서 미국 재벌의 해체가 시작되었다.

뉴딜 정책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경제력 집중이 다시 생기는 것을 차단해 자본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뉴딜 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방임형 자본주의를 제도화된 자본주의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뉴딜 정책이 대규모 공공투자로만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는 뉴딜에서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이다. 뉴딜의 핵심은 당시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자본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여러 기반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사실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당시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1938년 루스벨트의 의회 연설 내용이 그다음 해에 《아메리카이코노믹리뷰America Economic Review》라는 저널에 실린다. ‘개인적인 권력이 민주적 국가 자체보다 더 강해지는 지점에 이르는 것을 참으면 민주주의의 자유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루스벨트는 경제력 집중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위협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많은 정책을 통해 미국의 경제력 집중, 재벌 구조를 없애버리는 정책을 펴나갔고 그것이 바로 뉴딜 정책의 핵심이었다.

경제력 집중의 주역인 재벌들이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이 체제의 사실상 정치 권력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보니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개혁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력 집중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는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사법적 특혜다. 사회의 의사결정이 재벌 총수의 사익을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력 집중의 결과다. 따라서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소 하지 않고는 우리의 사법 체계가 허용한 ‘3ㆍ5 법칙’, 즉 ‘재벌 총수는 어떤 죄를 지어도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에 그칠 뿐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죄를 선고받아도 결국 사면되는 것을 또다시 지켜봐야만 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초래하는 문제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다원주의에 기초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형해화形骸化시킨다는 점이다. 미국의 진보 운동이 우려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또한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데, 1997년 경제 위기 때 우리는 이를 목도했다.

핵심은 소수주주 착취를 막기 위한 기업 거버넌스 기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외면하고 전문경영인과 주주의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식 제도만 들여와서 재벌을 미국식 대기업 취급하는 것을 20년 넘게 해왔다. 이런 잘못된 접근은 한국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재벌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공유 자산 할당을 위해 집중화된 기관의 민영화, 주요 공공입찰, 라이선스 획득 등에 참여 허용 여부를 권고하는 위원회가 설립되어 활동 중이다. 민영화를 통해 이스라엘 재벌이 탄생했으니 또다시 재벌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국이 중심이 되어 국공유 자산이나 M&A를 할 때 경제력 집중이 일어나는지 지속적으로 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까지 법의 내용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동법에 따라 주식을 관재인에게 넘겨야 하고 관재인은 그것을 처분하게 되어 있었다. 만약 처분하지 못하는 동안에는 의결권을 제한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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