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소한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어디서 생선을 굽고 있다. 위장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엔진처럼 요란하게 꼬르륵거렸다. 냄새를 쫓아 급하게 복도를 걸어갔다.

하얀 하늘과 파란 땅바닥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슬프게 울더니 점점 분노가 담긴 고함으로 바뀌었다. 파란 지면 위로 커다란 새가 휘익 미끄러져 날아간다.

학교 수업도 지루했던 신도로서는 쇼코의 뇌가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저렇게 온갖 것들을 집어넣으면 터지지 않을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쇼코는 신도에게 꼭 필요한 지시, 고상한 어휘를 동원한 비난밖에 던지지 않았다.

나는 토사물이다, 라고 생각하며 병아리처럼 약한 개체들에 둘러싸여 보낸 그 시간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공부라는 것을 했다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다.

저 정문너머에서 혼자 공부하고 혼자 강습을 받으며 매일매일 뭔가를 배우고 있는 쇼코는 세상에 이물질이 아니라 동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걸까.

청소와 정리정돈을 게을리하면 선배들에게 뺨을 맞고 차 심부름이나 손님 접대를 위한 예의범절을 두고 잔소리를 듣는다. 간부나 보스들은 제법 자유롭게 생활하는 듯한데 이 별채에 기숙하는 부하들은 교도소나 소년원에 있는 것처럼 지내고 있다.

이런 생활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건전한 인생도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신도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흰 셔츠들의 피부밑에는 건전한 일반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불덩이 같은 무언가가 숨어 있음을 깨달았다. 신도의 내면에도 있는 낯익은 것이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불덩이는 폭력을 먹이로 자라며 폭력을 갈구하고 있다.

그 세계는, 야쿠자의 세계는 누군가가 누군가의 힘을 겁내고 무릎을 꿇음으로써 성립한다고 신도는 생각했다. 그들은 자존심이니 협기니 하는 말들을 떠벌리지만 그것은 겉으로 하는 말이었다.

상대를 공갈하는 폭력이 그 저택 안에 안개처럼 감돌고 있었다. 예전에 고향에서 느꼈던 순수한 힘과 힘의 충돌은 그곳에 없었다. 힘은 치사한 처세와 흥정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짐치고는 잔소리가 심하지만 여대생치고는 조용한 편이니까 실어 나를 만해."

"호오, 젊은 사람이 제법 달관했군. 그래, 이 세상은 엿 같아. 무슨 일이든 적당히 포기하는 게 중요해."

빗발은 그리 굵지 않다. 제일 가까운 슈퍼마켓까지는 3백 미터 정도. 중년의 발에는 딱 좋은 산책 코스다. 한 우산을 쓰기는 남우세스러우므로 각자 싸구려 비닐우산을 쓰고 걷는다.

붉은 벽돌로 만든 벽 위로 담쟁이덩굴이 기어오르는 수수한 외관에 간판에는 가게 이름보다 ‘珈琲專門店커피전문점’이라는 문자가 더 크고 힘찬 글씨체로 적혀 있다.

뜨거운 브랜드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맛있다. 그런 느낌이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향은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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